실화 스리랑카인 영장 않기로
긴급체포 48시간 만에 풀려나
구속말라 靑 청원 글 오르기도
"송유관 안전관리 부실이 더 커"
고양 저유소 화재의 원인으로 밝혀진 풍등을 날린 스리랑카인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되면서 여론이 들끓은 가운데, 한 차례 보강수사를 지시한 검찰이 10일 구속영장 청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검찰은 풍등을 날린 것과 저유소 화재의 인과관계에 대한 소명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여론은 20대 외국인 근로자가 호기심의 대가로 떠안아야 할 책임의 무게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이유에서 빗발쳤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구속하지 말라'는 글이 10여개 오르기도 했다.

고양경찰서는 10일 A(27·스리랑카)씨에 대해 중실화 혐의로 신청한 구속영장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서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A씨는 긴급체포된 지 48시간 만에 일산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풀려났다.

A씨는 10일 유치장에서 풀려나자마자 취재진 앞에서 연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는 "저유소가 있는 걸 몰랐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예"라고 짧게 대답했다.

A씨의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최정규 변호사는 석방 소식에 "너무 당연한 결과"라면서 "실수로 풍등을 날렸다가 불이 난 걸 가지고 외국인노동자를 구속한다는 것은 국제적인 망신"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에 따르면 스리랑카 출신의 A(27)씨는 2015년 5월 비전문 취업(E-9) 비자로 입국했다.

현재 불법 체류자 신분이 아닐뿐더러, 월 300만원 가량을 버는 성실한 현장직 노동자였다.

화재사고가 난 지난 7일 강매터널 공사현장에서 쉬는 시간에 전날 초등학교 행사에서 날아온 풍등을 주워 라이터로 불을 붙인 게 말 그대로 '화근'이 됐다.

A씨가 날린 풍등이 300m를 날아 저유소 탱크 옆 잔디에 떨어져 불이 붙으면서 피해액 43억원의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결과 잔디에 불이 붙고 폭발이 있기 전까지 18분간 대한송유관공사 측에서 아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안전 관리'에 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폐쇄회로(CC)TV가 45대나 설치돼 있는데도 모니터링 전담 인력이 없었다는 점과 탱크 외부에 화재를 감지할 장치나 불씨가 탱크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줄 장치가 전혀 없었다는 데서 '총체적 부실' 논란까지 일었다.

경찰은 검찰의 결정에 "피의자에 대한 출국금지 등 조치를 한 뒤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김은섭·김장선 기자 kj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