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R&D법인에 '청라기술연구소' 넘길 예정
인천시 "50년 무상임대 계약 위반 … 회수 검토"
인천시가 연구개발(R&D) 법인 분리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지엠에 무상으로 빌려 준 '청라기술연구소' 부지를 회수하기 위한 법률 검토를 벌이고 있다. 만약 한국지엠이 법인 분리를 강행하고 R&D 법인이 청라기술연구소를 운영할 경우, 이에 대응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법인 분리에 반대하며 시에 강력한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시는 한국지엠(과거 지엠대우)에 30년 무상으로 빌려 준 청라기술연구소 부지 회수 방안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청라기술연구소 부지는 청라국제도시와 IHP 도시첨단산업단지 남측에 위치한 47만㎡ 규모의 땅이다. 시는 지난 2005년 한국지엠과 함께 이 땅을 30년에 추가로 20년 더 무상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철수설이 돌고 있던 한국지엠을 지원하고, 자동차 산업클러스터 구성과 외국인 자본 유치를 위한 조치였다.

시는 부지 조성에 500억여원을 투입했다. 파격적인 조건 때문에 특혜 논란도 있었지만 인천 기업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졌다. 한국지엠은 현재 이 부지에 주행시험장을 지어둔 상태다.

시는 한국지엠이 향후 설립할 R&D 법인에 청라기술연구소 부지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부지에 건설된 주행시험장이 R&D 법인 업무인 신차 개발과 성능 시험에 사용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국지엠도 주행시험장을 신설법인으로 넘겨 운영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시는 이를 중대한 계약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2005년 체결한 '지엠대우 청라기술연구소 건립을 위한 기본계약'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부지를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게 돼 있다.

시의 이러한 움직임에는 최근 논란을 일으킨 한국지엠에 대한 '배신감'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는 지난달 7일 시청 1층에서 한국지엠 임원진과 지역 주요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한국지엠 경영안정화를 위한 상생협력 협약식'까지 개최해 주며 경영을 독려했다. 한국지엠이 위기를 맞을 때 마다 시를 비롯해 인천 전체가 나서 '차 사주기 운동'까지 벌였던 역사도 있다.

시 관계자는 "계약을 바탕으로 법률 검토를 이미 진행 중이다. 지난달 경영안정화를 기원하는 상생협력 협약식까지 개최해 줬는데, 한국지엠이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도 시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에 단호한 대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법인 분리는 구조조정, 매각, 공장철수를 위한 작업임이 명백하다"라며 "시는 한국지엠에 청라부지 회수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진영·김예린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