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는 두족강 문어과에 속하는 연체동물로서 평상시는 바닥을 기지만, 위험을 느끼게 되면 물을 분사해 뒤쪽으로 재빨리 움직이며 동시에 먹물을 뿜는다. 문어는 잉크가 없었던 시절 그 대용으로 쓰였던 먹물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그런데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문어 머리의 위치이다. 민둥민둥하고 둥그스름한 부위는 머리가 아닌 몸통이다. 머리는 그 둥그스름한 몸통과 발의 연결부에 있으며 그 속에 뇌가 들어앉아 있다. 문어의 뇌는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어 무척추동물 중에서 머리가 제일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문어는 간단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미로 속에 가둬 두면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미로를 통과할 수 있으며 짧은 기간 동안에는 이를 기억하기까지 한다고 한다. 그래서 지구상의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이 싸움을 한다면 척추동물의 지휘자는 인간이, 무척추동물의 지휘자는 문어가 될 것이라고 문어의 지능을 높이 평가하는 동물학자도 있다. SF영화나 소설에서 외계생물체를 문어와 비슷한 모양으로 묘사한 것이나 물고기 이름에 글월 문(文)자를 따 문어(文魚)를 부여한 것은 두뇌의 우수성을 인정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문어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의 온·난대에 분포한다. 동양에서는 문어를 매우 좋아하는 편이나 서양에서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포루투갈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하면 식용으로 하는 나라는 드물다. 비늘이 없는 물고기는 먹지 말라는 종교적인 영향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악마의 물고기(Devil fish)라 하여 매우 징그럽게 여긴다.
문어를 옥토퍼스(Octopus)라고 하는데 이는 8(octo)개의 발(pus)을 가졌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정착성인 문어와 낙지는 발이라 부르고, 회유성인 오징어는 다리라 부르는데 문어의 발은 '밟다'와 연관되어 착 달라붙는 느낌을, 오징어의 다리는 '달리다'와 연관되어 움직이는 느낌을 준다.
문어는 구멍에 들어가길 좋아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단지에 가두어 잡는데. 그 단지가 '문어방(文魚房)'이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단지가 아무리 커도 단지 하나에는 한 마리씩만 들어 있다. 간혹 단지를 제때 회수하지 못해 문어가 단지 안에 오랫동안 갇혀 있게 되면 문어는 제 발을 뜯어 먹으며 몇 달이고 질긴 삶을 이어간다. 이런 연유로 일제 때 북해도로 끌려가 철도공사와 댐 공사장의 강제노동에 동원되었던 한국인 집단 수용소 독방을 '타코야베' 즉, '문어방'이라 불렀다. 문어가 단지 속에서 자기 발을 뜯어먹고 버티듯이 독방에 강제로 감금되어 제 살을 깎아 먹으며 살지 않을 수 없는 극한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문어는 경상도·전라도·강원도·함경도의 37고을의 토산물로 되어 있어, 예전에도 동해와 남해에서 많이 생산됐음을 알 수 있다. <규합총서>에서는 '돈같이 썰어 볶으면 그 맛이 깨끗하고 담담하며, 그 알은 머리·배·보혈에 귀한 약이므로 토하고 설사하는 데 유익하다. 쇠고기 먹고 체한 데는 문어대가리를 고아 먹으면 낫는다'고 하였다.
문어는 잘 삶는 것만으로도 요리의 90%는 성공이다. 잘 삶아야 부드럽게 씹히고 엷은 단맛이 나기 때문이다. 산 문어를 구입한 후 굵은 소금으로 빨판에 붙은 이물질이 씻겨 나가도록 주물러 씻는다. 너무 오래 씻으면 삼투압 현상으로 문어의 체액이 빠져나올 수 있으므로 짧은 시간에 씻어야 좋다. 삶을 때 무를 큼직하게 썰어 넣으면 디아스타제라는 소화효소가 문어 살을 한층 연하게 만든다. 썰어서 먹을 때 레몬즙을 뿌리면 쫄깃한 느낌이 더 살아난다.
문어에는 철과 인이 풍부하고 타우린과 나이아신 및 비타민 E의 함량이 일반 어류에 비해 많이 함유돼 있어 노화를 억제하고 세포를 활성화 해 주며, 혈액 중의 중성지질과 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간 해독작용으로 피로회복에도 좋다고 한다. 또한 문어의 먹물은 여성의 생리불순 해소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문어를 보양식으로 식탁에 올릴 때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건곰'이 있다. 마른 문어와 북어, 홍합을 넣고 잘 끓이다가 조미료 삼아 파를 넣은 국인데 예로부터 노인이나 병후 환자의 기운 회복에 널리 애용됐다. 문어는 살이 오르는 가을부터 맛이 있으나 살이 통통하게 오른 겨울철이 가장 맛있다.
변정훈 인천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