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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승철
  • 승인 2018.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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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수산물 이야기] 29. 문어

 

▲ 변정훈 인천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 
▲ 변정훈 인천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 

 

문어는 두족강 문어과에 속하는 연체동물로서 평상시는 바닥을 기지만, 위험을 느끼게 되면 물을 분사해 뒤쪽으로 재빨리 움직이며 동시에 먹물을 뿜는다. 문어는 잉크가 없었던 시절 그 대용으로 쓰였던 먹물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그런데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문어 머리의 위치이다. 민둥민둥하고 둥그스름한 부위는 머리가 아닌 몸통이다. 머리는 그 둥그스름한 몸통과 발의 연결부에 있으며 그 속에 뇌가 들어앉아 있다. 문어의 뇌는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어 무척추동물 중에서 머리가 제일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문어는 간단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미로 속에 가둬 두면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미로를 통과할 수 있으며 짧은 기간 동안에는 이를 기억하기까지 한다고 한다. 그래서 지구상의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이 싸움을 한다면 척추동물의 지휘자는 인간이, 무척추동물의 지휘자는 문어가 될 것이라고 문어의 지능을 높이 평가하는 동물학자도 있다. SF영화나 소설에서 외계생물체를 문어와 비슷한 모양으로 묘사한 것이나 물고기 이름에 글월 문(文)자를 따 문어(文魚)를 부여한 것은 두뇌의 우수성을 인정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문어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의 온·난대에 분포한다. 동양에서는 문어를 매우 좋아하는 편이나 서양에서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포루투갈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하면 식용으로 하는 나라는 드물다. 비늘이 없는 물고기는 먹지 말라는 종교적인 영향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악마의 물고기(Devil fish)라 하여 매우 징그럽게 여긴다.

문어를 옥토퍼스(Octopus)라고 하는데 이는 8(octo)개의 발(pus)을 가졌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정착성인 문어와 낙지는 발이라 부르고, 회유성인 오징어는 다리라 부르는데 문어의 발은 '밟다'와 연관되어 착 달라붙는 느낌을, 오징어의 다리는 '달리다'와 연관되어 움직이는 느낌을 준다.

문어는 구멍에 들어가길 좋아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단지에 가두어 잡는데. 그 단지가 '문어방(文魚房)'이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단지가 아무리 커도 단지 하나에는 한 마리씩만 들어 있다. 간혹 단지를 제때 회수하지 못해 문어가 단지 안에 오랫동안 갇혀 있게 되면 문어는 제 발을 뜯어 먹으며 몇 달이고 질긴 삶을 이어간다. 이런 연유로 일제 때 북해도로 끌려가 철도공사와 댐 공사장의 강제노동에 동원되었던 한국인 집단 수용소 독방을 '타코야베' 즉, '문어방'이라 불렀다. 문어가 단지 속에서 자기 발을 뜯어먹고 버티듯이 독방에 강제로 감금되어 제 살을 깎아 먹으며 살지 않을 수 없는 극한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문어는 경상도·전라도·강원도·함경도의 37고을의 토산물로 되어 있어, 예전에도 동해와 남해에서 많이 생산됐음을 알 수 있다. <규합총서>에서는 '돈같이 썰어 볶으면 그 맛이 깨끗하고 담담하며, 그 알은 머리·배·보혈에 귀한 약이므로 토하고 설사하는 데 유익하다. 쇠고기 먹고 체한 데는 문어대가리를 고아 먹으면 낫는다'고 하였다.

문어는 잘 삶는 것만으로도 요리의 90%는 성공이다. 잘 삶아야 부드럽게 씹히고 엷은 단맛이 나기 때문이다. 산 문어를 구입한 후 굵은 소금으로 빨판에 붙은 이물질이 씻겨 나가도록 주물러 씻는다. 너무 오래 씻으면 삼투압 현상으로 문어의 체액이 빠져나올 수 있으므로 짧은 시간에 씻어야 좋다. 삶을 때 무를 큼직하게 썰어 넣으면 디아스타제라는 소화효소가 문어 살을 한층 연하게 만든다. 썰어서 먹을 때 레몬즙을 뿌리면 쫄깃한 느낌이 더 살아난다.

문어에는 철과 인이 풍부하고 타우린과 나이아신 및 비타민 E의 함량이 일반 어류에 비해 많이 함유돼 있어 노화를 억제하고 세포를 활성화 해 주며, 혈액 중의 중성지질과 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간 해독작용으로 피로회복에도 좋다고 한다. 또한 문어의 먹물은 여성의 생리불순 해소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문어를 보양식으로 식탁에 올릴 때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건곰'이 있다. 마른 문어와 북어, 홍합을 넣고 잘 끓이다가 조미료 삼아 파를 넣은 국인데 예로부터 노인이나 병후 환자의 기운 회복에 널리 애용됐다. 문어는 살이 오르는 가을부터 맛이 있으나 살이 통통하게 오른 겨울철이 가장 맛있다.

변정훈 인천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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