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진흠 신임 파주자원봉사센터장 "운정·문산캠프 부활, 봉사자와 접촉 늘릴 것"

"이제 다시 봉사의 시작입니다. 그동안 현장에서의 경험을 제도권에 접목시키는데 힘 쓰겠습니다."
죽을 때까지 봉사할 수 있는 삶은 행복이라고 말하던 대한적십자사 파주지구협의회 연진흠(55)회장이 파주시자원봉사센터장에 임명됐다.

지난 1일 첫 출근한 연센터장은 직원들에게 "사표를 쓸 각오를 가지고 업무에 임해달라"는 다소 살벌한(?) 주문을 했다. 내용인즉, 어설프게 봉사자들을 견인하는 것이라면 일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천사들을 위한 업무를 게을리 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연센터장은 파주자원봉사센터가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공무원 출신이 아닌 일반인이 센터장에 임명된 인물로 기록됐다.

그동안 센터는 퇴직공무원들의 보은인사용으로 시장이 낙점한 인물, 정치성향이 같은 코드인사로 채워졌었다. 때문에 이번 센터장 공모에서 연센터장이 공모에 접수할 때 만해도 낙하산 인사에 결국 무릎을 꿇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는 연센터장의 단독응모와 최종 합격되면서 항간에 나돌던 소문은 일축됐다. 또 행정경험도 없는 일반인이 파주시와 어떻게 업무를 교류하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연센터장은 불과 1주일만에 빠르게 조직을 안정화 시키는 등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연센터장은 과거 운영하던 운정캠프와 문산캠프를 부활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주가 면적은 넓은데 봉사자들과 센터, 파주시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의 지역거점이 없다는 것은 연센터장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늘 느끼던 아쉬움이기 때문이다.

연센터장은 "사실 운정과 적성, 파평. 문산에서 센터에 오기란 쉽지 않아 방문을 꺼리는 사례가 많았다"며 "운정과 문산캠프 운영은 좀 더 봉사자들과 더 가까이 스킨쉽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센터는 봉사자들에게 '을'이란 마음가짐으로 늘 겸손하고 섬기는 자세로 천사들의 선행을 뒷받침하겠다"면서 "그동안 센터의 입지가 잘못됐다면 이제는 봉사자들을 가장 아끼고 예우하는 센터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센터장이 되기 전 '봉사는 마약'이란 말을 평소 자주해 왔다.
그의 발길은 차상위계층, 반찬봉사, 목욕봉사, 화재현장지원, 구호물자전달 등 파주 곳곳에서 늘 볼 수 있는 흔적으로 가득하다. 특히 20여년의 봉사활동을 이어온 그는 지난해 3000시간 봉사시간 인증을 받았지만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3000시간이란 봉사시간보다 내가 남을 위해 무엇을 보탰다는 것이 나에게는 더 큰 의미로 남으며 처음 봉사했을 때의 마음을 아직까지 변하지 않고 간직하며 현장에 임하는 것이 가장 큰 봉사의 동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남의 손에 이끌려 시작된 '봉사'라는 단어에 이제는 '희망'이라는 꿈을 꾸는 연진흠 센터장의 웃음에서 과거 대통령상까지 받으며 대한민국 최고의 센터로 우뚝 섰던 영광을 기대해 본다.

/파주=김은섭 기자 kime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