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국 중서부권 부장

 


김포반도의 최북단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에서부터 팔당호까지 한강 구간에는 난지도를 비롯해 10여 개의 섬이 존재했다. 동고서저(東高西低) 지형을 따라 구불구불 흘러 내려오며 물길의 속도가 느려지는 구간에 오랜 세월 퇴적층이 쌓이면서 강 한가운데 만들어진 하중도(河中島)가 있다. 예부터 쓰임새에 따라 이름이 붙여졌던 이들 섬은 1960년대 시작된 공유수면매립과 한강종합개발에 의해 하나 둘 사라져 지금은 여의도와 밤섬, 노들섬 정도만 남아 있을 뿐이다. 나머지는 지명으로 남아 섬이 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하중도는 서울시 구간인 한강 상류에만 있지 않았다. 김포대교를 기점으로 한강하구에도 5~7개에 이르는 하중도가 한때는 김포와 고양시 주민 삶의 터전으로 이용돼 왔었다. 30여년 전까지만 해도 고촌읍 향산리와 고양시 신평동 앞 한강에 넓게 자리잡아 김포시와 고양시 주민들이 물이 빠지고 나면 고기도 잡고 빨래를 했다. 모래섬으로 '기사도' 또는 '딴섬'으로 불리기도 했다.

드넓은 백사장을 자랑하던 이 섬이 신곡수중보 건설로 주민들의 추억과 함께 물속에 잠기고 말았다. 지금은 육지와 신곡수중보를 연결하는 김포대교 인근 고촌읍 신곡리 백마도와 일산대교 바로 아래에 침식된 구조물이 앉아 있는 독도 정도만이 서해 물길을 따라 뚝섬까지 조운선이 다녔던 한강의 옛 영광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9·19 평양공동선언 부속합의에 따라 오는 12월말까지 남과 북이 공동으로 한강하구 이용을 위한 현장조사를 진행한다.

한강하구에는 한국전쟁 정전협정에 따라 남북 민간선박의 항행을 보장하던 수역이었다. 하지만 남북 대치에 따른 분쟁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돼 60여년간 남북한이 사실상 출입하지 않았던 곳이다. 이 합의가 실천되면 전쟁이라는 장벽에 막혀 있던 한강의 물길 복원도 기대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신곡수중보로 피해를 봐야 했던 김포지역 주민들은 한강 지형을 바꿔 놓은 신곡수중보 철거로 서해 물길을 따라 한강 상류까지 배가 닿을 수 있을 때 진정한 물길복원이라고 말한다.

지난 7월27일 정전협정 65주년을 맞아 김포시와 한강하구중립수역 뱃길열기본부가 추진했던 한강하구 뱃길 행사의 첫 난관도 신곡수중보였다. 어로한계선을 넘어 한강하구 중립지역까지 항행하려던 계획은 남북관계와 안전문제로 전류포구 선상에 그쳤지만, 여의도를 출발한 어선은 신곡수중보를 우회해 가동보로 뱃길을 열 수밖에 없었다. 상징적 의미의 한강하구 공동이용이 아닌, 온전한 평화와 공존을 위한 한강 물길복원에 따라 신곡수중보가 철거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