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산자부와 경쟁력 강화 서약
정부와 공동작업없이 일방 진행
주주 산은 반대 … 주총금지 신청
정유섭 "독단 추진 MOU 어겨"
▲ 산업통상자원부·글로벌지엠·한국지엠이 지난 5월10일 체결한 '한국지엠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호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 /자료제공=정유섭 의원실

한국지엠이 강행하고 있는 연구개발(R&D) 법인 분리가 정부·한국지엠·글로벌GM 사이에서 체결한 양해각서(MOU)를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법인 분리가 지난 4월 정부와 GM간 막바지 협상에서 테이블 위에 올랐다가, 산업은행이 반대해 이미 한 차례 무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GM과 한국지엠이 MOU 위반과 함께 정부를 무시하고 독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9일 정유섭(자유한국당·부평갑) 의원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GM·한국지엠은 지난 5월10일 '한국지엠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호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문서에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배리 엥글 GM 국제운영부문 부사장, 카허 카젬 한국지엠 대표이사의 서명이 담겨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당사자들은 한국지엠의 장기적인 사업 유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력분야(1조)'를 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모든 사항을 협의해 실시(2조1항)하기로 합의했다. 법인 분리의 중심이 된 연구개발 분야는 MOU 1조2항에 주요 협력분야로 명시돼 있다. 당사자들은 구체적으로 '한국 내에서의 핵심 기술 R&D 역량강화'라는 문구로 이를 표현하고 있다.

이 문서는 협력 방식도 명시하고 있다. 당사자가 협력분야의 모든 것을 논의하는 '공동 작업반'을 구성하기로 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항공과 과장, GM과 한국지엠이 각각 지정한 1명에게 간사역을 맡기기로 정했다.
문서의 발효 시점은 서명 당일인 지난 5월10일, 유효기간은 서명 후 10년이다.

이 문서만 보면 정부와 공동 작업반 구성없이 진행되고 있는 한국지엠의 R&D 법인 분리는 양해각서 위반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주주이자 정부 당사자 중 하나인 산업은행은 법인 분리에 반대하며 법원에 법인 분리 관련 주주총회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낸 상태다.

법인 분리 논란이 이미 지난 4월 산업은행과 한국지엠의 협상 과정에서 등장한 적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4월 막바지 협상을 벌이던 중 GM이 '한국지엠 법인 신설' 안건을 제안하자, 노조반발·시간촉박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은행은 이후 정부 회의에 참석해 이 같은 제의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GM이 정상화 합의가 끝나자마자 정부가 반대했던 법인 분리를 다시 강행한 셈이 된다.

정유섭 의원은 "한국지엠 R&D 법인 분리는 MOU에 따라 공동작업반에서 협의할 사항이다.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건 분명한 MOU 위반이다. 법인 분리 의도를 알고도 미리 대처하지 못한 정부도 잘못이 있다"라며 "국민혈세를 투입하기로 한 기본계약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GM이 돌출행동을 하는 것은 우리 국민과 정부를 얕잡아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