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 중부경찰서 송림지구대장, 12번째 개인전 열어
"풍경화 통해 시민과 한 마디 더 나눌 수 있다면 행복"
▲ 허준 송림지구대장이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고 밝힌 '비단잉어의 꿈'을 가리키고 있다.

"그림을 그려 팔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림은 돈벌이가 아닌 시민과 소통하는 저만의 방법입니다."

지난 8일 오전 인천 중구 선광미술관에서 만난 중부경찰서 송림지구대 허준(52) 지구대장은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림 그리는 경찰' 허 대장의 12번째 개인전 '사랑을 그리다'가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열렸다.

1989년 억울한 시민을 돕고 싶은 마음에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는 그의 전공은 사실 '사진영상학'이다. 어린 시절부터 사진 찍는 게 좋아 전공으로까지 선택했다는 그가 뜬금없이 '그림 그리는 경찰'로 유명세를 떨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경찰 생활 중에도 주말마다 사진 동호회 회원들과 출사를 떠났다. 취미생활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 업무가 너무 바쁜 탓에 출사를 가지 못하는 일이 빈번할 수밖에 없었다.

"일이 너무 바빠 사진을 찍으러 갈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차라리 사진 말고 그림을 그리자 생각했습니다. 그림은 시간이 정해지지 않아 언제든 그릴 수 있잖아요."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림 그리기에 뛰어든 그는 바로 그해 인천경찰청 문화대전 입선을 시작으로 지난 4일 제19회 경찰문화대전 대상 수상까지 모두 16번 수상을 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여기에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법제사법위원회로부터 국가문화예술발전과 지역사회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공로로 '2018 세계 문화예술교류 대상'을 받기도 했다. 허 대장은 자신만의 그림 비법으로 '누구보다 빨리, 누구보다 색다르게'를 강조했다.

그는 "경찰 직업 특성상 개인 시간이 짧아 빠른 시간에 작품을 완성해야 한다"며 "그러다 보니 빠른 시간에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고민하고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기법을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열린 '사랑을 그리다'에 전시된 작품 33점 역시 모두 단시간 내에 완성된 작품들이다. 특히 그가 가장 아끼는 '비단잉어의 꿈'은 독특한 배경을 연출하기 위해 오랜 시간 연구한 비밀 기법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그는 그림을 통해 시민과 소통할 수 있는 경찰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에게 그림은 시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특별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제가 그린 그림이 하나둘 모여 전시회를 할 때쯤이면 시민과 소통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떨려요. 마냥 무서울 것 같고 딱딱한 느낌의 경찰이 아름다운 풍경화 등을 그렸다고 하면 시민들이 큰 관심을 보입니다. 제 그림을 통해서라도 시민들과 한 마디 더 나눌 수 있다면 저는 그것으로도 행복합니다."

/글·사진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