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고양시 화전동 소재 대한송유관공사 저유소에서 불이 나 놀란 시민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대형 유류저장시설에서 불이 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이 난 저유소 인근에는 또 다른 저유소 13개가 위치해 인접 지역 주민들을 하루종일 노심초사하게 했다.

저유소는 국가 중요시설로 다량의 유류를 보관하는 저장탱크다. 자칫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소방당국에 의하면 이번 화재로 유류 저장탱크에 저장된 440만ℓ중 2만ℓ짜리 대형유조차 133대 분량인 266만ℓ가 전소됐다. 재산피해액만 43억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나마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다. 진화 후 화재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해 화재의 규모를 실감케 했다.
경찰은 사고원인 규명에 착수해 스리랑카 국적의 A(27)씨를 유력용의자로 긴급체포했다고 한다. 경찰은 A씨가 사고직전 날린 풍등이 저유시설 잔디밭에 떨어져 저유탱크 유증환기구를 통해 탱크내부로 옮겨붙어 폭발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 사고는 실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사고 당일 경인지사에는 6명이 근무하고 있었다고 공사측은 밝혔다. 대다수 저유소에는 수십개의 CCTV가 촘촘히 설치돼 근무자가 24시간 안전사고나 시설보호를 하게 된다. 그렇다면 당시 근무자들은 풍등이 저유소로 넘어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즉 저유시설 보안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좀 더 조사해 보아야 하겠지만 근무자들의 근무태만이 지적될 수 있다. 또 분명한 것은 절대적으로 화재 사고가 발생해서는 안 될 시설에서 불이 났다는 점이다. 완벽하다는 방재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음을 입증한 꼴이다. 물론 아직 화인을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화인을 실화와 안전 불감증에 의한 근무태만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만 한다. 현재 수도권 지역에는 10여 곳에 대형 저유소가 설치돼 있다. 제2의 저유소 화재 사고가 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