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관계보다 언어 적응 더 고민

 

 

"탈북학생들이 교과서를 펼치면 외계어 같다고들 해요. 특히 한자어나 외래어는 무슨 말인지 어려워 합니다."

인천 한 초등학교에서 보조교사로 일하는 김모(48·여)씨는 탈북학생이 전입해오면 한글부터 새로 가르친다. 김씨는 탈북학생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통일부가 배치한 통일교육전담사다. 북녘에서 소학교 교사였던 김씨 역시 몇 년 전 남쪽으로 내려왔다. 그는 "기초 학력이 낮은 편인 탈북학생들은 학습용어 차이에서 오는 혼란이 더해져 진도를 따라가기도 버거워 한다"고 말했다.

같은 한글인데도 남과 북의 다른 학습용어로 탈북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탈북학생들은 친구 관계보다 언어 적응이 더 고민된다고 꼽는 형편이다. ▶관련기사 19면

8일 남북하나재단의 '인천시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2015)' 결과를 보면 인천 탈북청소년 77명이 학교 생활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는 '학교 수업 따라가기'(44.2%)와 '언어·문화 적응'(14.3%), '친구 관계'(3.9%) 순이었다. 언어·문화 적응이 어렵다고 답한 탈북학생은 2년 전 같은 조사에서 8.7%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늘었다.

언어 적응은 단순히 생활에서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교과서에 쓰이는 용어만 봐도 남북 간 차이는 두드러진다. 과학 개념을 예로 들면 운석은 북에서 '별찌돌'로, 부력은 '뜰힘'으로 쓰인다. 국어 문법도 감탄문과 동음이의어는 북한 교과서에서 각각 '느낌문', '소리 같은 말'로 표기한다. 탈북학생 지원 활동을 벌여온 최은미 송천초등학교 교감은 "기본적인 읽기·쓰기가 쉽지 않은 탓에 탈북학생들은 학습 수준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어휘에서 비롯되는 혼란은 수업 이해력으로 이어진다. 탈북학생들은 교과서 단어 의미를 파악하고, 수업을 통해 내용을 이해하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진 인천시교육청 장학사는 "언어 적응은 학습 능력과 직결된다"며 "탈북학생 특별반과 담임교사 멘토링제 등으로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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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탈북학생 216명, 수준 다른데 교재는 하나 인천지역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A(12)군은 지난해 8월 남쪽으로 내려왔다. 나이로 치면 4학년이지만 한 학년을 낮춰서 전입했다. 구구단도, 한글 맞춤법도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군은 몇 해 전 먼저 남쪽 땅을 밟은 어머니가 없는 동안 북녘에서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A군을 지도하는 통일교육전담사 김모(48)씨는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탈북학생들은 학습 공백으로 한글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며 "부모가 먼저 탈북하고 나중에 따라온 아이들은 유독 언어 적응을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탈북학생들 교육 배경 제각각통일부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