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8명은 도입 찬성
시범운영 6개월 뒤 전국 확대
비싼 임대료·자본 감당 우려에 "공동 물류 인프라로 상생 필요"
▲ 정부가 입국장 면세점을 내년 인천공항에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9월27일 이용객들이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 면세점 예정 공간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부터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면세점이 처음 출범한다. 정부는 지난달 혁신성장 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해외소비를 국내로 전환하고 일자리 창출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입국장 면세점은 지난 2003년 국회가 처음 법안을 발의한 후 15년간 여러 이해관계자의 반대에 막혀 있었다. 이제 정부가 자체 계획을 확정한 만큼 입국장 면세점 출범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정부 발표와 인천시물류연구회 지역물류정책간담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입국장 면세점 도입 개요, 시장전망, 성공 방안에 대해 짚어봤다.

▲"국민 81.2% 찬성" … 명분은 해외소비 국내 전환·일자리 창출

일반 면세점은 출국하는 내·외국인에게 관세·부가세 등 각종 세금 부과 없이 면세물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시내와 출국장 중심으로 지난 6월 기준 전국에 총 53곳이 설치돼 있다. 면세시장 규모는 세계적으로 630억달러(2015년), 이 가운데 우리나라 비중은 17.2%(2016년)에 달한다. <표 참조>

면세시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2010년 이후 두 자리 수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지난 5월 한국투자증권이 내놓은 산업분석(면세점)에 따르면, 올해 국내 면세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6.8% 커진 1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민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웨이상(모바일 및 SNS 중국상인)과 따이공(대리구매 중국상인)의 급부상으로 면세점 시장이 외형 성장 추세를 이어갔다"라며 "면세점 시장의 우상향 추세 지속이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면세시장이 계속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입국장 면세점이라는 카드를 내놨다. 정부는 그동안 세관 및 검역의 어려움으로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입장을 바꾼 배경에는 최근 10년간 매년 7.1%씩 증가한 해외여행객과 경쟁적으로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했던 주변국이 있었다. 일본은 지난해 4월 첫 도입했고, 중국은 2008년 도입 후 최근 대폭 확대하는 중이다. 입국장 면세점을 설치한 국가와 공항은 총 73개국 149곳에 이르고 있다. <표 참조>

일반 시민들은 입국장 면세점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출국 전 구입한 면세품을 여행 내내 가지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7~8월 18일간 일반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견 조사 결과 응답자의 81.2%가 찬성 의견을 밝혔다. 입국장 면세점이 운영되면 이용하겠다는 대답도 86.7%로 나타났다.

정부는 해외소비를 국내로 전환하고, 외국인 국내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라도 입국장 면세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관광수지 적자는 지난 2010년 39억9000만달러에서 지난 137억5000만달러로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인천공항 먼저 도입 … 평가 후 확대한다

정부는 우선 인천국제공항에 입국장 면세점을 우선 도입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최대 공항이자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곳에서 실험하겠다는 뜻이다. 내년 5~6월 시범 운영 6개월 뒤 전국 주요 공항에 확대할 예정이다.

면세품 판매 한도는 기존 1인당 600불을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담배와 검역대상 품목은 판매를 제한한다. 담배는 구입하는 사람이 많아 입국장이 혼잡할 수 있고, 자칫 내수시장이 교란될 가능성이 있어 판매를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검역 대상품목 역시 검역의 어려움 때문에 제한할 예정이다.

정부는 입국장 면세점 도입으로 발생할 세관·검역기능 약화와 혼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면세점 CCTV 설치, 면세점 이용자 별도 통로 이용, 세관 검사대 확대, 검역탐지견 추가 배치, 엑스레이(X-ray) 검사 강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입국장 혼잡을 줄이기 위해 일반여행객과 면세점 이용자의 동선을 분리할 예정이다.

▲입국장 면세점 이익 될까 … '셈법' 복잡

정부는 원칙적으로 중소·중견기업에 한해 입국장 면세점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시내·출국장 면세점을 운영하던 대형 사업자들은 반기지 않는 모양새다. 입국장 면세점 때문에 기존 면세점의 수익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극심한 면세점 경쟁은 이번 조치로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면세사업자 규모에 따라선 '역차별'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항공사도 고민이 깊다. 기내 면세품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시내·출국장 면세점은 입국장 면세점에 비해 고급 브랜드와 많은 품목으로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

반면 입국장 면세점이 생기면 비행 중 항공사가 판매하는 면세품은 소비자에게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국적항공사의 기내 면세품 판매는 지난 2014년 3483억원에서 2017년 3161억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연평균 매출액이 3.2%씩 감소하는 추세다.

▲"성공하려면 항공사·중소면세점 협력해야"

반드시 입국장 면세점이 성공하리라는 법은 없다. 중소·중견기업이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을 지, 재고·상품관리가 가능한 물류 인프라를 구축할 자본이 충분히 있을지 알 수 없다.

김웅이 한서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중소·중견기업 면세 사업자와 항공사가 협력하면 입국장 면세점을 더 발전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항공사는 이미 갖추고 있는 물류 인프라를, 사업자는 입국장 면세점에서 항공사가 온라인으로 판매한 면세품을 고객에게 건네주는 체계다.

김 교수는 "항공사와 면세점 사업자가 물류 인프라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사업자는 항공사가 온라인에서 판매한 면세품을 인도하는 역할을 하면 서로 상생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항공사는 면세품 판매 매출을 올리고, 입국장 면세점 사업자는 위험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라며 "향후 이어질 면세점 입찰에서도 항공사와 함께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걸로 본다"고 덧붙였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