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별로 '프란치스코 집' 찾아 빨래·청소
지적 장애인들과 함께 트래킹·1일 가족도
"이젠 공직 생활의 일부분 됐다" 소감 밝혀
▲ 김포에코센터로 가을 소풍을 나온 토지정보과 직원들과 프란치코 집 원생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김포시

"봉사라는 생각보다 우리와 상황이 다른 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생각하고 업무 간에 부족했던 서로의 고민들을 나누는 시간이죠."

지난달 28일 지적 장애인 사회복지시설인 '프란치스코 집'을 직원들과 함께 방문해 한나절 동안 봉사활동을 벌였던 김포시청 토지정보과 임동호(57) 과장의 말이다.

김포시 통진읍 서암리에 위치한 이 시설은 20~60대 성인 남성 지적장애인들이 재활치료를 받는 요양시설이다.

토요일을 맞아 이 곳을 찾은 토지정보과 직원들은 이들의 거주 공간청소와 정리를 마친 뒤, 직원 한 명씩 장애인들의 이동 보조역할을 맡아 차에 나눠 타고 운양동 김포에코센터와 생태공원에서 가을 소풍을 즐겼다.

이들의 '프란치스코 집' 방문은 2016년 명예퇴직으로 공직을 떠난 부서의 한 선배가 2010년 이곳 시설에 수용된 장애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면서 시작돼 8년째 이어지고 있다.

선배들의 이상한 모임(?)에 궁금해 하며 길을 따라 나섰던 새내기 직원들에게는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장애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면서 '프란치스코 집' 방문은 어느 새 토지정보과의 전통이 됐다.

분기별로 한 차례 정도 이 곳을 찾지만 각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알 정도가 돼 시키지 않더라도 빨래와 집안 청소에서 마당 정리 등을 척척해 내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일을 마치고는 계절에 따라 트래킹 동행, 1일 가족되기 등 을 통해 세상과의 대화법을 알려준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 기간이지만 이들이 가족이나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함께 해야 할 시간을 내, 쉼 없이 이 곳을 찾는 것은 '기다림'이 있어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바깥세상을 접할 기회가 없는 이들에게 토지정보과 직원들의 방문은 세상과 소통하는 길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이들 직원들이 오는 날이 되면 오전부터 시설 앞에 나와 기다리는 이가 있을 정도다.

지난 6월 시청 각 부서별로 진행된 체육행사도 이 곳 식구들과 함께 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 해 한 해 지내며 봉사가 아닌 공직 생활의 일부가 됐다"는 임동호 과장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어느 새 김포시청 토지정보과 직원들과 '프란치스코 집' 원생들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이 연결된 사이가 되고 말았다.

이들의 봉사가 생색을 내기 위해 매년 명절 때만 되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그런 봉사와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매월 한 차례씩 방문하다 최근부터 분기별로 이 곳을 찾고 있지만 60여개가 넘는 부서와 10여개가 넘는 동아리가 활동 중인 김포시청 내 조직 중에서 이렇게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부서는 토지정보과가 유일하다.

표현은 못하지만 고단한 삶이 묻어나는 이들에게 토지정보과 직원들은 위로와 내일이라는 희망이 되고 있다.

/김포=권용국 기자 ykkwu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