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사건 증거용으로 보급됐지만 "불편 크다" 외면
"웨어러블 캠은 헬멧과 구급복 등 원하는 곳에 붙일 수 있지만 막상 써보면 너무 불편해요. 구조활동을 하면서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7일 인천지역 한 안전센터에서 만난 구급대원 A씨는 현장에 출동할 때마다 '웨어러블 캠(탈·부착식 소형 카메라)' 사용을 망설인다며 이렇게 말했다.

구급대원 폭행 사건에서 영상 증거를 남기기 위해 도입한 웨어러블 캠이 불편함을 이유로 외면받고 있다. 웨어러블 캠에 많은 예산이 투입된 만큼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천소방본부는 지난해 약 32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웨어러블 캠 76대를 구입했다. 웨어러블 캠은 중부소방서(11대), 서부소방서(9대), 공단소방서(9대) 등 10개 소방서와 소방학교에 보급됐다.

당초 폭행 사건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던 웨어러블 캠의 활용 실적은 저조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평화당 정인화(전남 광양·곡성·구례)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8월까지 인천에서 발생한 43건의 구급대 폭행 사건에서 웨어러블 캠은 단 2차례만 활용됐다.

웨어러블 캠이 외면받는 건 구조 과정에서의 불편함이 크다. 인천지역 한 구급대원은 "웨어러블 캠은 1시간 정도만 사용해도 용량이 가득차서 현실적으로 도움 되지 않는다"며 "고장날까봐 신경 쓰일 때도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웨어러블 캠을 직접 사용하는 구급대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내년까지 개선된 내용으로 웨어러블 캠 160여대를 추가 보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