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영국의 대표적 명품 브랜드로 알려져 있는 버버리는 1856년 창업 후 국왕 에드워드 7세가 1895년 버버리 레인코트를 입기 시작함으로써 주목을 받았다. 20세기 초에는 단순한 레인코트가 아닌 실용성이 강조된 코트로 변화하면서 일본인들도 열광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일본사람들이 '바바리'라고 부르는 영국제 코트는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까지 인기 있는 레인코트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필자가 언론사의 프랑스 특파원으로 근무할 때 파리의 버버리 매장은 마드랜느 광장 주변에 있었다. 파리를 찾는 친지들이 국내에서는 살 수 없었던 버버리코트를 찾기에 마드랜느 매장을 자주 안내하던 기억이 난다. 런던 피카디리 부근 헤이마켓 거리에 있었던 버버리 본점에는 일본인과 한국인들이 주요 고객이었다. ▶당시만 해도 버버리 매장에는 코트를 위주로 모자나 목도리 정도를 팔고 있었지만 90년대 들어 우리나라에도 직매장을 내고 가방, 향수, 시계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토털패션 브랜드로 변모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주도하는 글로벌 패션사업계에 영국의 이미지로 경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150여년의 전통과 두터운 단골 고객들의 성원으로 버버리는 브랜드 가치를 제고해왔다. ▶지난해 버버리의 CEO로 취임한 고베티는 회사의 로고를 바꾸고 창립자 토마스 버버리의 T와 B의 이니셜을 따서 새로운 모노그램을 만들었다. 고베티 CEO는 또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지방시를 이끌었던 리카르도 티시를 수석 디자이너로 영입했다. 토털패션 버버리의 면모를 야심차게 일신하려는 일련의 과정에서 고베티는 재고품들을 소각처분하면서 이를 언론에 홍보하고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한 버버리의 결단이라고 자화자찬한 것이 각계의 비판을 자초했다. ▶버버리 본사 결산서에 따르면 약 3700만달러(약 400억원)에 달하는 의류와 화장품류를 소각처분한 것으로 되어 있다. 루이비통이나 에르메스 같은 명품회사에서도 재고품을 소각처분하고 대부분의 다른 명품브랜드도 제때 팔리지 않은 재고품들을 조용히 소각처분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으나 버버리는 이를 홍보한 것이 화근이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패션부문을 담당하는 커스탠 브로드씨는 "자사 제품과 제조한 장인들의 노력, 그리고 자원을 낭비한 처사"라고 지적하는 등 거센 비판으로 버버리의 판매는 급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