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위원

 

우리나라 인구구조가 '항아리형'으로 바뀌고 있다. 14세 미만 유소년 인구는 줄고, 65세 이상 노년층은 늘었다. 고령화사회를 일찍 경험한 국가들의 '인구 피라미드' 변화 유형과는 달리, 우리는 종형(鐘形)을 거치지 않고 두터운 항아리형으로 이행되는 추세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 총인구는 5163만5000명으로 추산된다. 65세 이상 인구는 738만1000명에 이른다. 고령인구비율은 14.3%로 '고령사회'다.

오늘 스물두 번째 '노인의 날'을 맞았다. 각 지자체에선 이날을 기념하는 경로효친의 각종 문화축제 행사를 펼친다. 100세가 되는 노인들에게 명아주 풀줄기로 만든 지팡이 청려장(靑藜杖)을 증정하기도 했다. 가볍고 단단하며, 중풍 등에 효험이 있다고 전해져 인기를 끈다. 통계청은 2003년부터 노인의 날을 기점으로 노인집단 명암을 담은 '고령자 통계'를 발표해 왔다. '노인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는 통계자료다.
특히 올해는 '활기찬 고령 지표'를 기획·작성했다. 지난해 국내 65세 이상 노인 고용률은 30.6%로 나타났다. 65~69세 고용률은 45.5%, 70~74세는 33.1%로 유럽연합(EU) 28개 국가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또 60대 고령자 10명 중 1명은 시위·집회에 참가한 경험을 갖고 있다. 노인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6.3%로 2년 전보다 다소 줄었다. 노인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33.7%로 늘었다. 2016년 중위소득 50%를 기준으로 노인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43.7%로 EU국가들보다 2배 이상이었다.

65세 기대여명은 남자 18.4년, 여자는 22.6년이며 앞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주관적 건강 기대여명은 10.8년에 머물렀다. 60대의 최근 1개월 이내 인터넷 이용률은 82.5%로 크게 높아졌다, 노인인구의 48.2%는 매일 지인들과 왕래하고 있다. 50~74세의 고등학교 이상 학력 소지자는 60.4%로 10년 전보다 대폭 늘어났다. 그러나 EU 국가와 비교하면 20번째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노년부양비는 19.6명으로 생산가능인구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셈이다. 55~79세 고령자 중 연금수령자는 612만9000명(45.6%)이고, 월 평균 연금수령액은 57만원 정도다. 100만원 미만 연금을 받는 고령층이 대부분(86%)이다. 실제 노인이 바라는 노후는 '소득창출 활동'(17.1%)보다 '취미활동'(58.2%) 등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