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구 도화2동 김모씨(47·식당업) 등 이 동네 주민들은 요즘 가짜 프로야구 선수에게 바친 돈과 정성(精誠)이 아까워 속이 쓰릴 지경이다. 야구복을 입고, 주민과 아이들에게 사인볼까지 주면서 접근한 사기꾼에게 감쪽같이 속았기 때문이었다.

 자칭 프로야구선수라는 젊은이가 도화2동을 찾은 것은 지난 10월30일 오전. 저녁에는 인천에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이 벌어지는 날이었다.

 야구선수 운동복 차림의 젊은이가 김씨의 식당에 들어와 식사를 한 뒤, 식당주인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현대유니콘스의 포수 박○○다. 오늘 밥을 맛있게 먹어서 꼭 이길것 같다. 이기면 전화를 해주겠다』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그날 저녁 늦게 박모선수라는 그 젊은이는 정말 전화를 걸어 현대의 승전보를 전했다.

 젊은이는 이튿날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식당을 찾았다. 동네사람들도 유명한 프로야구선수가 한 동네에 살고 있다는 말에 모두 즐거워했고, 옆집 미장원 아주머니를 비롯 일부 주민들과 아이들은 젊은이로부터 사인볼과 사인종이를 받고서 마냥 즐거워했다.

 며칠 뒤 젊은이는 식당주인 김씨에게 『은행에 가기 싫어서 그런다. 30만원만 잠깐 빌려달라』고 했다. 그러기를 서너차례. 젊은이는 김씨로부터 모두 1백20만원을 빌려갔다. 동네사람들도 범선(帆船)을 만들어 기증했고, 포구에서 굴과 게 등을 사다 그를 계속 환대했다.

 그러나 젊은이는 돈을 갚겠다는 11월26일부터 발길을 끊었다. 현대야구단에 확인한 결과 그 젊은이는 가짜로 판명됐다. 돈을 빌려준 피해주민도 더 있다는 것.

 한달동안 프로야구 선수라는 젊은이와 즐거운 한때를 보낸 도화2동 주민들은 뒤늦게 그 젊은이가 가짜이며 사기꾼이라는 사실에 허탈한 웃음만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