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나온 남북 정상간의 평양공동선언은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진전된 합의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산가족 문제는 이념이나 체제의 그 무엇이 아니다. 바로 인간에 대한 배려의 문제다. 이번에도 또 한번 이 문제가 흐지부지된다면 다른 많은 합의도 의미가 없다. 이는 상호간 신의의 초석이기 때문이다.

이산가족 문제에 대한 공동선언문은 이렇다. 남과 북은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인도적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① 남과 북은 금강산 지역의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빠른 시일내 개소하기로 하였으며, 이를 위해 면회소 시설을 조속히 복구하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적십자회담을 통해 이산가족의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 '조속히'나 '빠른 시일내' 등이 좀 추상적이지만 한민족이면 그 말의 뜻을 누구나 안다.
정부도 이에 맞춰 상설면회소 개소를 위해 금강산 지역 이산가족면회소에 대한 개·보수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금강산 면회소는 2008년 7월 남북협력기금 550억원을 들여 지어졌다. 지하 1층, 지상 12층 건물에 200여개의 객실을 갖춰 1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지만 실제 숙박이 가능하지는 않은 실정이다. 정부는 상설면회소가 문을 열면 개별적인 상시 상봉보다는 그동안 일회성으로 진행됐던 단체상봉을 정례화하는 것부터 기대하고 있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남북으로 갈라진 이산가족들은 이제 시간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1985년 9월에 이뤄진 남북 고향방문단 교환 이후 이산가족 상봉은 그간 21차례 성사됐다. 그동안 상봉을 신청한 남측 이산가족은 13만2000여명이다. 이 중 7만5000여명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 생존자도 그나마 90세 이상이 전체의 21%를 차지하는 등 매년 3000∼4000명이 세상을 뜨고 있다고 한다.
이산가족의 아픔을 덜어주는 것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다. 비핵화도, 경제협력도 그 다음의 문제다. 이번에는 '희망고문'으로 끝나서는 안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