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공동선언 그후 … 인천·경기 이슈는

▲ 지난 19일 발표된 남북 평양공동선언은 한반도 평화와 함께 경제적인 번영을 안겨 줄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0년 10월 인천항에서 화물선에 북한 수해피해지역에 전달될 대한적십자사의 구호물자를 싣는 모습. /연합뉴스

남북이 손을 맞잡고 발표한 평양공동선언은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와 함께 경제 '번영'을 가져다 줄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선언문에 담긴 서해경제공동특구, 개성공단 재가동, 공동어로구역 지정은 인천·경기지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줄 걸로 예상된다. 이번 선언문에서 지역 경제계가 주목할 만한 주요 남북 경제 이슈에 대해 살펴봤다.

▲인천~강화~경기도 파주~북한 해주~개성 잇는 서해경제공동특구
남북 서해경제공동특구 조성 협의 … 파주일대 '제2개성공단' 건립 검토

서해경제공동특구는 평양공동선언문 중 2조2항에 등장한다.
이 조항에 따르면 남북은 조건이 마련되는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로 서해연안지역에 개성공단과 비슷한 형태의 경제특별구역이 설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서해경제공동특구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제안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중 '서해공동경제특별구역'과 사실상 같은 개념으로 여겨지고 있다. 당시 남북은 인천~강화~경기도 파주~북한 해주~개성을 산업·물류 중심의 벨트로 잇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앞으로의 서해경제공동특구 조성 방향은 남북의 경제정책을 보면 유추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통해 서해안에 수도권·개성공단·평양·남포·신의주를 연결하는 산업·물류·교통 중심의 서해안 경협벨트를 건설할 예정이다. 북한도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과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으로 경제개발구 정책을 제시하고, 서해권 평양~남포공업지구와 수출가공구 3곳·종합형 경제개발구 1곳에 집중하는 등 서해권 개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보면 우리 정부와 북한이 세운 통일경제 정책의 방향성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연구기관도 서해권 경제축의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지난달 24일 내놓은 '경제주평'을 통해 내놓은 '북한의 경제개발구와 통일경제특구 구상의 연계 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남북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서해축·동해축의 통일경제특구 실현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경기도 파주는 서해경제공동특구의 최대 수혜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우리 정부가 파주 일대에 가칭 '제2개성공단'을 건립하기 위한 타당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주가 서해경제공동특구의 남측 지역으로 선정될 가능성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개성공단 다시 돌아간다
개성공단 협의 나설 듯 … 업체 96% '재입주' 희망

2016년 2월 우리 정부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응해 단행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지역 경제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124곳 중 인천 기업은 18개. 경기도 기업은 62개에 이르다 보니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도 막대했다.

기업들은 '전 재산을 두고 남쪽으로 내려왔다'라며 정부에 지원을 요구했으나, 손실은 고스란히 기업의 몫이었다. 결국 이번 평양공동선언으로 개성공단 재가동은 가시화됐다. 특히 가장 먼저 정상화 시킬 사업 2개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조만간 남북은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기 위한 실무협상에 들어 갈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면 기존 업체들은 대부분 재입주할 전망이다. 중소기업중앙회와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지난 3~4월 공동 실시한 '개성공단기업 최근 경영상황 조사' 응답기업 101개사 중 96%가 재입주를 희망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어려움을 감안하면 빠른 실무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응답기업의 13.9%가 생산중단 또는 매출 감소로 사실상 폐업상태라고 답했고, 60.4%는 사업 재기를 위해 노력 중이라는 답을 내놨기 때문이다. 단순 계산으로 70%가 넘는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소기업계는 조기 정상화를 촉구하는 중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9일 논평을 내고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 가동 등을 비롯해 중소기업이 남북경제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서해를 '평화의 바다'로
서해 공동어로구역 설정 약속 … '인천~해주' 물류 활성화 기대

평양공동선언에는 서해 평화를 확립하고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독려하기 위해 양측 국방 최고책임자들이 서명한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부속합의서로 채택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합의서는 적대행위 금지와 함께 남북이 서해를 함께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한 조치들을 규정하고 있다.

합의서에 따르면 남북은 서해에 시범적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을 설정하고, 이 곳에 출입하는 인원과 선박의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공동어로구역 설정은 인천지역 수산업에 큰 호재로 풀이된다.

그동안 서해5도 어민들은 북방한계선(NLL)과 남북 갈등으로 어로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아왔다. 특히 갈등의 핵심 거점이었던 서해5도에 공동어로구역이 지정된다면 어장이 확장되는 동시에 북측 어민과 함께 어업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도 이에 환영하고 있다. 시는 입장문을 통해 "바다의 화약고로 여겨지던 NLL 해역이 평화로운 '바다의 개성공단'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한강(임진강) 하구 공동이용은 남북이 함께 이 지역을 조사하고, 민간선박들이 통행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내용으로 짜여 있다.
남북은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공동이용에 합의하고 골재 채취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한 차례 무산된 사례가 있다.
또 해주직항로가 뚫리고 직선거리로 20㎞ 정도에 불과한 인천항~해주 사이에 남북한 선박의 왕래가 시작되면 남북물류의 단초가 될 걸로 보인다.

▲과제는 비용과 '대북제재'
수조원대 비용 마련방식 숙제

이번 평양공동선언은 남북 경제에 큰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경제협력에 따른 비용은 숙제로 남아 있다. 아직 정확하게 추산되진 않았지만, 수조원대의 비용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이 비용을 무슨 방식으로 마련할지, 사회적으로 어떻게 합의할 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북한에 걸려있는 대북제재도 여전히 남아있다. 미국의 독자 대북제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경제협력이 앞서 나가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북제재 해제와 앞으로의 남북경협 여부는 앞으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얼마나 나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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