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호 미추홀구청 건축과장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에서 한 개그맨이 '사람이 먼저다'를 패러디해 소재로 활용한 장면을 봤다. '사람이 먼저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펴낸 책의 제목이다.
이 말을 이번에 서울 가산동과 상도동에서 연이어 발생한 지반붕괴 사고에 빗대어 말하고 싶다. '건물보다 지반이 먼저다.'

가산동과 상도동 지반 붕괴사고 원인은 우선 취약 지질에 대한 정밀조사 미흡을 꼽을 수 있다. 건축법 제2조 건축물이란 토지에 정착하는 공작물 중에서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토지가 안정돼 있지 않으면 건축물 안전은 있을 수 없다.
건축물 안전의 시작은 바로 토지와 지질이다. 이 지질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설계단계뿐만 아니라 시공 단계에서도 지질과 지하수위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지반(지질)으로 인한 사고가 최근 많이 발생하고 있다. 2014년 아산 오피스텔 붕괴, 2017년 부산 사하구 오피스텔 기울기 사고, 도심 곳곳 싱크홀 발생 등 그 1차적 원인은 지반의 안정성 확보 미흡에 있다.
인천의 경우도 과거 매립지라는 지반의 특성상 건물이 기우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고, 지질조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다행히 올해 2월부터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시행해 지하 20m이상 굴착하는 경우 지하안전영향평가를, 지하10m 이상 20m미만 굴착시에는 소규모 지하안전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제도가 정착돼 지하 굴착으로 인한 지반침하 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미흡한 부분도 있다. 여전히 주변에는 많은 공사장이 있고, 대부분 공사는 10m미만의 굴착이 이루어지는 소규모 공사현장이다.
소규모 현장이라고 해서 지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집들이 많은 구도심에선 지하 굴착으로 인한 주변의 피해 민원이 자주 생기고 있다.
소규모 지하안전영향평가 대상에 대한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건축허가시에도 지질조사에 관한 서류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

물론 제도와 규제를 만드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결국 건축주, 시공사, 감리자 등 국민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지반과 기초공사를 할 때 다소 비용이 높더라도 안전한 공법을 선택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선진국형 의식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