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가을'이 서해 어민과 실향민들에게도 한줄기 시원한 바람으로 불어올지 잔뜩 기대를 모은다. 한반도를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고 지키기 위한 9월 19일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되자 긴장감이 돌던 서해 5도의 주민, 또 북녘땅을 그리워했던 실향민들의 마음도 마냥 설레기만 한다. 군사적 충돌로 늘 불안감을 안고 살아온 서해 5도 주민들이기에 그 바람은 더욱 애뜻할 수밖에 없다. 주민 가운데 상당수가 지척에 있는 북한땅을 고향으로 두었지만, 이제는 점점 나이를 먹어가는 탓에 한 번만이라도 고향땅을 밟아 애잔함을 달래고 싶어한다. 따뜻한 바람은 벌써 불어온 듯하다. 서해 5도 어민들은 평화수역과 시범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한다는 남북 합의에 따라 "적대적인 분위기가 바뀌면 마음껏 조업할 수 있다"며 반긴다. 이산가족 상봉과 철도·도로 연결 소식은 실향민들도 들뜨게 한다. 그간 흩어졌던 가족들을 상시적으로 만날 수 있지 않냐는 기대감에서다.

서해 5도 주민들이 바라는 일은 무엇보다 어장 확장과 자유로운 조업이다. 이번 합의로 공동수역을 조성하고 조업을 자유롭게 해서 어민 소득 증대를 꾀하길 염원한다. 이들은 '평화'라는 기치 아래 서해 5도에도 밝은 미래가 열리길 기대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은 말 그대로 '금단의 바다'였다. 서해 5도는 NLL로 인해 어장을 제한하고 있지만, 앞으로 어장을 넓히고 남북이 함께 물고기를 잡으면 그보다 좋은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주민들은 믿는다. 지금까지 NLL 통제로 갖가지 불편을 겪었지만, 이번 회담 결과를 바로 잇는다면 어장이 살아남은 물론 중국어선 불법조업까지 사라질 수 있다고 본다. 공동수역에서 조업을 해도 어획량이 갑자기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적대감을 없애면 어업이 쉬워질 일은 분명하다.

'9월 평양공동선언'을 디딤돌로 삼아 우리는 평화·번영의 미래로 나가야 한다. 처음으로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실천방안을 논의하고, 한반도에서 전쟁 시대를 끝내는 군사 합의서를 채택한 만큼 다방면의 교류·협력 강화를 위한 토대 구축도 시급하다. '전쟁 없는 한반도'를 향해선 신뢰와 실천이 중요하다. 서해 5도 주민들은 마음을 푹 놓고 조업하며 살아가길 두 손 모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