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5도 어민 공동수역 기대
"고향땅 한 번만이라도 밟고파"
"부모님 산소·처갓집 가봤으면"
탈북민 "자유로운 왕래 바라"

 

한반도를 평화의 터전으로 만든다는 '9월 평양공동선언'이 발표된 19일 긴장감이 남아 있던 서해5도에도, 북녘땅을 그리워했던 실향민 마음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군사적 충돌로 불안감을 안고 살아온 서해5도 어민들은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한다는 합의에 "적대적인 분위기가 바뀌면 마음껏 조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겼다. 이산가족 상봉과 철도·도로 연결 소식은 실향민뿐 아니라 북한이탈주민도 들뜨게 했다.

▲서해5도 어민 "어장 확장 기대"

박태원(57) 서해5도 평화수역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어민들이 바라는 건 어장 확장과 자유로운 조업"이라고 입을 열었다. 박 대표는 "이번 합의로 공동수역이 조성되고 조업이 자유로워지길 바란다"며 "평화라는 구호 아래 서해5도에도 밝은 미래가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단의 바다'였던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을 바라보는 어민들 마음은 다르지 않았다. 배복봉(59) 대청도 선주협회장은 "대청도·소청도는 NLL 때문에 어장이 제한돼 있다"며 "어장이 넓어지고 남북이 함께 물고기를 잡을 수 있게 되면 좋은 영향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장태헌(64) 백령도 선주협회장은 "지금까지 NLL 통제로 불편함이 컸다"며 "이번 회담 결과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중국어선 불법조업이 사라지고 어장도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언문 이행을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중근(51) 연평도 어촌계장은 "공동수역에서 조업해도 어획량이 갑자기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다"면서도 "적대감이 사라지면 어업이 용이해질 것"이라고 했다.

▲"한 번만이라도 고향땅 밟고 싶다"

전진성(90)옹은 이틀 내내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인천 함경남도 도민회장인 전 옹은 "함경남도 출신 1세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며 "고향땅을 한 번만이라도 밟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평양공동선언에 담긴 이산가족 문제 협력 소식으로 전 옹의 마음은 더욱 간절해졌다. 전 옹은 "남아 있는 가족이 없더라도 부모님 산소는 있을 테니 꼭 가보고 싶다"며 "몇 달 전 세상을 떠난 아내의 마지막 바람을 대신 이뤄주려면 처갓집도 가봐야 한다"고 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북한이탈주민도 같았다. 함경북도 온성 출신으로 10여년 전 인천에 정착한 유지연 통일한마음지원센터장은 "요즘 북한이탈주민이 모여 앉으면 다들 고향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고 얘기한다"며 "자유롭게 왕래하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생각에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수년째 탈북학생 교육에 매진해온 최은미 인천송천초 교감도 "북·중 접경지역 연수를 다녀올 때마다 영하 25도의 추위 속에 아이들이 어떻게 지낼까 하는 마음에 안타까움이 컸다"며 "하루빨리 철도·도로가 연결돼 학생들이 남북을 오가고 더 넓은 세상을 접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순민·김신영·임태환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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