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우리가 교육에 목매고 국가가 힘들여 이를 관리하는 것은 교육이 인간의 품성과 재능을 일깨워, 사람다운 사람을 만들고 살아갈 능력을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 인간이 교육을 통해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교육에 대한 우리의 신념이 점차 무너져 내리고 있다.
가진 자들의 일탈행위가 도를 넘으면서 자식교육을 어찌 시켰느냐며 비난을 쏟아낸다. 하지만 그런 지적이 무색하게도 우리 일상도 많은 이가 쉽게 분노를 폭발시키며 예절과 질서 등을 무시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부모가 추구하는 자식교육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성공에서 교육을 위한 별의별 행위가 다 연출되는 한국이지만, 교육의 성취가 개인만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있어 사회에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다. 학부모 요구가 편협한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있어도, 교육현장은 의연한 자세로 대의를 추구하며 학생 개개인을 바른 길로 이끌어야 하는데, 우리의 현실은 학교가 그런 사명 따위를 지켜서는 안 되고, 그저 단순한 과정을 실현하면 그만인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학교는 교육자의 의도에 반하는 많은 학생이 있을지라도 교육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꿋꿋하게 본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인간답고 경쟁력 있는 인간으로 키워내기 위한 쉽지 않은 과정이 학교교육인데, 환경이 받쳐주지 않는다 하여 이를 수행하지 못한다면 공교육의 존재의의는 없다.

매사 인권, 인격 등을 주장하는 사회이다. 인권을 존중함은 당연한 것이지만, 무엇이 인권인지에 대한 성찰은 깊지 않아, 그런 것도 인권으로 보호해야 하느냐며 어이없어해 하는 사례도 많다. 학교는 원치 않아도 정해진 것을 지키는 자세를 배우는 곳으로, 본분을 저버려도 존중받을 수 있음을 보고 배울 현장이어서는 안 된다. 적절치 못한 저항이나 위반 행위에 교육적 지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교육적 지도에 권위가 사라지면서 한국 공교육의 붕괴가 초래된 것이다.

인격이 형성되지 않은 미성년자를 올바른 사회인으로 길러내야 하는 학교는 사회와는 다른 관점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학교문제에 사회가 잘못 개입하면, 학교교육은 지금처럼 사람도 만들지 못하고 지식도 제공하지 못하는 무의미한 형식이고 만다.
교칙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여러 규칙이 갖는 의미를 단순한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역사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말고 오래된 전통이 추구하는 가치도 제대로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규제의 불편함이 나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미래를 위해서 충분히 필요한 교육과정일 수 있다. 인내의 과정을 불편함으로 규정하는 교육이 결국 공교육붕괴로 돌아온 것이다.
교육의 민주화를 내세우며 민선교육감 시대를 열었다. 후보들은 어떻게 교육을 해야 개인과 사회,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지 하는 교육의 본질보다는 무상교육이나 특목고 폐지와 같은 교육의 비용이나 평준화, 입시제도 등의 정치적 사안에만 민감하다. 교육이 담당해야 할 진정한 역할과 방법은 뒷전으로 하고, 유권자들의 감성을 사로잡을 문제들에 매달리는 정치가적 모습을 연출한다.

다원화된 사회라 하며 인간의 다양성이나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약자나 소수를 배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학교교육은 모두 같아야 한다며 교육의 다양성은 평등을 해치는 비민주적 요소로 묘사한다. 제대로 규정도 하지 않고 무조건 인격을 존중해야 한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육의 평등이 무엇인지에 대한 규정도 하지 않은 채 학생이나 학교의 다양성은 배척한다. 세계 일등의 경제대국을 지향한다면서, 교육은 동일한 방법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국가경제가 어렵든 말든 막대한 세금을 들여 세계대회를 유치하거나 경쟁력을 이유로 선수들의 해외전지훈련도 거르지 않는 등의 특수성을 인정하면서, 정작 국력신장이나 국가경쟁력 제고를 담당해낼 국가인재양성에는 동일한 교육 하에서 이뤄내야 한다는 사고이다. 국가교육을 포퓰리즘적 정치논리로 접근한 것이다.

교육이 정치에 휘둘려 백년지대계의 교육정책이 나오지 못한다며, 교육부를 폐지하고 교육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선공약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환호했다. 교육이 국가의 일관된 정책이 아니라 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의해 행해지는 교육감 선거제도는 왜곡된 교육현장을 정치실험의 장에서 더욱 요동치게 할 우려가 크다. 돈도 들고, 편 갈라 싸우고, 당선 후 지지자들을 돌보고, 향후 재선을 위해 정치노름을 해야 하는 선출제도가 교육현장에 어울리는 제도인지 재고해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