京畿 千年 찰나의 순간에 서다
京畿 千年 찰나의 순간에 서다
  • 인천일보
  • 승인 201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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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아카이브_지금,' 전시회
▲ '경기 아카이브_전시회'에 전시된 문학지리 도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선무 작가의 손에 손잡고 걸어가자, ,

▲ 산업예비군이 만든 정약용 거중기 조형물.

▲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얼굴들을 고래로 형상화 한 성동훈 작가의 '검은통곡'

▲ 1950~70년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음악다방,

▲ 한용운 '님의침묵' 초판본

▲ 최인훈 '광장' 초판본.

내달 31일까지 경기상상캠퍼스

예술·음악·역사 등 59개 방 전시

그물코 전시 길잡이가 이해 도와

4·16 기억저장소 통해 아픔 나눠

천년의 경기, 천년의 기록들을 59개의 방으로 옮겨왔다. '경기(京畿)'라는 이름으로 지명한 이래 천년의 세월은 이 땅에 무얼 남기고 갔나?

천년 역사를 한자리에 집대성한 도큐페스타, '경기 아카이브_지금,' 전시회가 내달 31일까지 수원시 경기상상캠퍼스 (구)임학임산학관에서 열린다.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경기도미술관이 주관하는 이번 전시회는 천년의 경기 역사를 기념하고 경기도의 다양한 문화와 창조적 예술을 한 자리에 모아 59개의 방에서 펼쳐 보인다.


경기도는 문화 정체성을 '新경기천년의궤'로 집대성하기 위해 방대한 문화예술자료들을 조사. 발굴해 왔다.
조선시대 국가의 주요 행사를 그림과 글로 정리했던 책, 의궤(儀軌)를 모티브 삼아 이번 전시회는 '경기 아카이브 북'을 제작 하는 과정에서 기인했다.

특별히 '지금'이라는 시점에 주목한 것은 경기도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함축하는 개념이다.

'지금'은 어떤 일이나 상태가 이뤄지는 순간을 뜻하는 불교용어 '찰나(刹那)'와 의미를 같이 한다. 불교에서는 모든게 찰나마다 생겼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가 생기면서 나아간다고 말한다.

이처럼 경기 천년의 '천년'도 그 찰나의 어느 순간에서 그 찰나를 넘어야 미래를 마주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과 미래를 잇는(_) 찰나에 잠시 서서 숨(,)을 고르자. 미래를 향하는 쉼표, '경기 아카이브_지금,'의 문이 '지금' 열린다.

'경기 아카이브_지금,' 전시회는 경기도 출신이거나 경기도에 작업실을 둔 작가, 또 경기도를 주제로 창작한 회화, 사진, 조각, 영상, 설치 등 미술가 150여명의 작품 300여 점과 1980년대 이후 경기도 미술 소집단 활동 발굴자료 1000여 건, 근대 목판화 책 자료 100여 권, 근대 대중음악 자료 20여건, 문학 초판본 책 100여 권, 그리고 역사, 예술, 민속, 사람, 지역, 문화재, 철학, 화집, 옛 지도 등 책 2000여 권이 전시돼 있다.

방대한 자료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그물코 전시 사용설명서'가 따라온다.

'그물코 전시 길잡이'는 59개의 방에 있는 작가와 장르 분야를 나누고 동선을 따라 자료와 작품을 관람하며 결국, 그물 하나를 꿰어 놓게 된다.
김종길 수석 학예연구관은 "반드시 그물코 전시 길잡이 브로셔와 함께 관람하기를 권장한다. 전시 길잡이와 첨부되는 신문에 쓰여진 작품 관련 설명을 통해 전시 관람에 이해와 즐거움을 돕는다"고 전했다.

# 경기, 극락정토를 건너다
전시장 입구부터 관람이 시작된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기 전 마당에는 작가 정현의 '서 있는 사람'이 마중 나와 있다. 천년을 살아온 '경기인'의 모습을 역사의 흔적들이 녹아있는 폐철목으로 표현했다.

전시공간은 '반야용선(般若龍船)'의 개념을 빌어왔다. '반야용선(般若龍船)'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로부터 피안(彼岸)의 극락정토로 건너갈 때 타고 가는 상상의 배를 뜻한다. 이처럼 경기천년은 과거 천년의 경기문화가 새로운 천년의 경기문화로 힘차게 나아가기 위해 용선(龍船)의 힘을 빌리고자 한다. 3층 건물로 지어진 전시장은 다양한 분야, 각각의 특색을 가진 콘셉트의 59개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학분야_쓰고'에는 <경기 문학지도 1, 2>, <장소의 기억을 꺼내다:경기도의 문학지리> 등 경기도 문학 지리를 소개한다.

31개 시·군의 주요 문학가 한용운, 최인훈, 박두진, 주요섭 등 100여 명의 작품집을 전시하고 사평역의 작가 임철우 등 경기를 대표하는 문학가들의 육필 원고가 전시돼 있다. 직접 책을 그 자리에서 보는 것도 가능하다.

회화, 조각, 사진, 영상, 미디어, 설치 등 150명 미술가의 작품 300여 점이 전시된 '시각예술 분야_그리고'에서는 참여 작가의 도록과 경기 예술사 및 아티스트의 아카이브 공간을 별도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탈북 작가 선무의 4·27 남북정상회담 모습을 그린 '손에 손잡고 열어가자'에 대한 관람객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파주 자유로 인근에 작업실을 두고 있는 경기도의 작가이자 탈북 작가인 선무는 이름 그대로 '선을 긋지 않는다'는 의미의 이름으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2017년 12월 경기도가 발간한 '경기도문화재총람 1, 2'를 적극 활용해 전시한 '문화재분야_홀리고'에서는 경기도무형문화재 기록 자료들을 조사해 전시한다. 또 무형문화재 총연합회가 제공한 사진, 도록, 영상, 자료 등을 전시하고 '경기도의 굿'을 시연한 굿 그림, 굿 도구, 불화 등을 선보인다.

# 4·16 기억저장소
어느덧 경기 역사의 한 줄기가 된 '4·16 세월호 참사'를 다룬 전시도 눈여겨볼 만하다. 단원고 희생자의 방을 사진으로 담은 '4·16 기억저장소'와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얼굴들을 고래로 형상화 한 조형물, 성동훈 작가의 '검은통곡'도 놓쳐선 안 될 전시중 하나이다.

'사상 및 총서 분야_사랑하고'에는 경기도 대표인물 평전 발간 사업과 경기학 연구센터 자료 <기전문화예술 총서>, <실학연구총서>를 비롯해 경기도 사상을 살필 수 있는 학술도서를 전시한다.

0특히 산업예비군이 만든 경기 남양주를 대표하는 위인 정약용 선생의 거중기를 재현한 조형물도 이 방에서 관람할 수 있다.

경기도의 15대 축제가 한 방에 모였다. 공연, 축제 분야의 연구 자료를 모아 21세기 새 경기 문화의 정체성을 볼 수 있도록 전시했다. 수원 연극사 자료를 비롯 경기 근현대 연극사 분야 자료도 함께 전시된다.

2017~2018년 경기천년사업 과정 아카이브 자료를 집대성한 '기록자료 분야_모으고'에서는 레코드판이나 악보 등 대중음악 아카이브 자료를 모아놨다.

음악다방을 통해 50~70년대 음악을 감상해 볼 수도 있다. 소규모 아카이브 방에 전시된 이억배의 '떨쳐 일어나'는 1989년 노동 운동에서 실제 걸었던 걸개그림 중 하나였다.

안양, 수원 등지에서 미술 동인 활동을 하던 단체 '우리그림(권윤덕, 이억배, 정유정, 홍대봉)'의 1988년 그린힐 봉제공장 화재 사건으로 희생된 22인의 여성 노동자를 위한 합동 영정 탱화 '그린힐 노동참사 여성노동자 22인 영정도'도 인상 깊다.

김종길 수석 학예연구관은 "앞으로 전시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신문을 발간해 전시의 이해를 도울 예정이다"며 "향후 경기 아카이브 전시회는 지속적인 업데이트 과정을 거쳐 새로운 시도로 정기적인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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