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과 항만이 있는 인천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도시지만 정작 국내에선 찬밥 신세다. 정부는 1982년 제정한 수도권정비계획법(이하 수정법)이라는 낡은 규제로 인천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더구나 서울로부터 200㎞ 떨어져 있어 배를 타고 4시간이나 가야 하는 백령도까지 규제 범위에 넣으면서 강화·옹진군은 최대 피해지로 꼽히고 있다. ▶관련기사 3면
17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은 전체 면적의 29.7%가 과밀억제권역, 70.3%가 성장관리권역에 속한다.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국토교통부는 수정법에 따라 수도권을 과밀억제, 성장관리 및 자연보전의 3개 권역으로 구분했다. 인천에서 일정 면적 이상의 택지나 관광지, 공업용지를 조성하려면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인천이라는 이유로 거의 대부분의 행위에 제한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한 때 대표적인 공업 지역인 동구도 옭아매는 규제로 점차 도시 기능이 쇠퇴하고 있다. 수정법에 따라 과밀억제권역에서 공장 등 인구집중유발시설이 이전한 부지에 다시 공장 등을 신·증설할 경우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심의 기간이 15개월 이상으로 일반 인·허가 기간보다 6개월 이상 지연돼 공장 유치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늘어나는 행정절차 처리 기간이 금융 비용과 개발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절차에 따른 부담으로 수도권 심의를 받지 않기 위해 동구와 서구 등 공업지역에 500㎡ 이하의 소규모 공장만 주로 들어섰고, 팔리지 않은 땅은 공터로 남게 됐다. 대표적인 예가 일진전기와 대주중공업, 한국유리가 있던 자리다.
수정법으로 인천의 성장은 가로 막혔고, 또 다른 규제까지 인천의 경쟁력를 악화시키고 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선 인천 등 수도권을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상 지역으로 못 박아놔 언제든 인천 공공기관을 빼갈 수 있다. 영흥화력발전소나 수도권매립지 등과 같은 시민 기피시설은 인천에 두면서도 공공기관은 인천이 아닌 지역으로 보내겠다는 것이다.
여러 현안들이 수도권 규제에 묶여 제자리걸음이고, 바이오산업 등 인천 성장을 이끌 신산업에 대한 정부 관심은 여전히 냉담하기만 하다.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정부는 인천에 기본적인 인프라를 제공하지 않은 채 수도권매립지 등 시민 기피시설만 남겨 두고 있다"며 "도시의 자족성과 완결성을 확보하기 위한 인프라를 조성하는게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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