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체육회장은 그동안 현직시장이 겸임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자리다. 13일 인천시체육회 종목단체 회원들은 급기야 박남춘 시장을 인천시체육회장으로 추대했다. 회장 선출과정을 놓고 내홍이 깊어질 공산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박 시장과 정치성향이 다르고, 신임회장 경선을 마음에 둔 강인덕 체육회장 직무대행과 마찰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인천광역시체육회 규약 제24조 회장의 선출은 '총회에서 인천광역시장을 추대하거나 회장 선출기구에서 선출'하도록 규정했다. 또 회장선출기구에서 회장을 선출할 경우, 선거인단 구성, 선거절차 등을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받는다. 이를 준용하는 명분을 삼아 자유한국당의 유정복 전 시장이 임명한 강 상임부회장은 대한체육회의 유권해석을 받아 직무대행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시·도 체육회장은 시·도지사가 당연직 회장으로 추대됐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체육의 정치적 개입을 방지하겠다는 의도에서 일반인들도 회장 선거에 나설 수 있게 제도를 바꿨다. 단체장이 체육회장직을 맡던 과거의 관행이 흔들리게 됐다. 강 직무대행의 거취가 주목된다. 이제 인천시체육회는 회장 추대에 따라 대한체육회의 인준절차를 남겼다. 대한체육회로 공이 넘어간 셈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회장 겸임 금지 규정이 없는 가운데 정치와 체육의 분리 주장은 오히려 정치권에서 나왔다. 국회에서도 선거 이권을 놓고 체육단체장의 겸직금지를 오랫동안 논의해 왔다. 12일 체육단체장 겸직금지의 내용을 담은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와 본회의를 남겨두고 있지만 1년 후면 체육회장에 대한 단체장의 겸직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견된다. 체육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는 속담도 있다. 시체육회 대의원 조직과 강 직무대행의 '새술'과 '관행'에 대한 의미 해석이 다른 것 같다. 회장 추대 관행은 우리 사회의 묵시적 합의다. 건전한 상식이 될 수 있지만 불합리한 적폐로 인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체육이 정치의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번 체육회장 인선 후유증이 정치적으로 해결됐으면 하지만 정치색을 남겨서는 안 된다. 갈라진 인천 체육계의 깊어지는 상처를 빨리 치유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