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사고 당시 CCTV 공개
하나 둘 도보 구조현장 진입
장비·복장도 제대로 안갖춰
출입카드 찍기 등 '우왕좌왕'
사측은 통제 없이 일상 행동
"국민 납득토록 진상 밝혀라"
삼성전자 자체소방대원들이 지난 4일 3명의 사상자를 낸 이산화탄소 사고 출동당시 걷거나 웃는 듯한 모습 등 급박했던 상황이 발생했다고는 믿기지 않는 행동들을 서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면서 대원들은 사고를 인지하고 16분후에 도착했고, 이후 첫 피해자를 35분쯤, 마지막 피해자를 46분쯤에야 병원으로 후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사고로 현장에서 근무하던 외주업체 노동자 2명은 숨지고, 1명은 의식이 없는 위독한 상태다.

13일 김병욱 의원실이 공개한 사고 당시 CCTV영상을 보면 삼성전자 자체소방대 8명은 4일 오후 2시6분과 11분쯤 기흥사업장 6-3라인 지하 1층 이산화탄소 유출 현장으로 걸어 들어왔다.

이는 구조대가 사고를 인지한(오후 1시55분) 16분후다.

일부 대원의 웃는 듯한 모습도 고스란히 찍혔다.

대원들이 하나 둘 느긋하게 사고현장을 향해 걷는 모습도 있다.

삼성전자 측은 또 사고 건물을 통제하지 않아 직원들이 건물을 드나들며, 엘리베이터를 오르내리는 등 일상처럼 행동했다.

오후 2시11분쯤 걸어 들어온 소방대원 중 한명은 산소통 등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재차 가다듬었고, 출입카드가 잘 찍히지 않는지 반복하는 등 우왕좌왕했다.

구조복장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소방대원 대부분은 방호복 등을 입지 않은 채 출동했다.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자동 심장충격기도 뒤늦게 썼다.

소방대는 사고 노동자 2명을 오후 2시24분쯤 지상 1층으로 옮겨 심폐소생술을 했다.

2분 뒤인 2시26분쯤 구조 현장 1m 옆 자동 심장충격기 보관함이 있는 것을 확인, 2명 중 1명에게만 썼다.

다른 노동자 1명은 4분 뒤인 2시28분쯤 다른 소방대원이 가져온 장비를 통해 그제야 받았다.

자동 심장충격기는 심정지 환자에게 전기충격을 줘 심장의 정상 리듬을 가져오게 해주는 도구로, 심정지환자들의 생존율이 극적으로 증가한 것이 많은 연구에서 밝혀져 있다.

소방대는 사고 발생 51분이 지난 오후 2시46분쯤 3명의 피해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김병욱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 최정상 글로벌 기업의 사고 대처 상황이라고 보기 힘든 안이한 구조 작업의 민낯이 그대로 담겨있다"며 "소방대원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관련 진상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잘못이 있다면 분명한 책임과 모든 산업 현장에 안전이 확보되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동의하지 않지만 사람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우왕좌왕해 보일 수 있다"며 "소방대원과 일반 직원을 혼동하는 등 부정확하기에 사실관계를 소명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