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시·도민 심부름꾼'이라며 한 표를 호소하던 정치인들이 어느 새 특권계층인 '상전'으로 바뀌었다는 소식이다. 이들은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시·도민의 손과 발 구실을 해야 한다고 시민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공무원들도 선출직들에게 과잉충성해 나쁜 환경을 조장해선 안 된다.
수원지역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지난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칠레' 친선경기를 가장 비싼 스카이박스에서, 또는 초대권으로 무료 관람해 물의를 빚고 있다. 시민들이 경기관람을 위해 '줄서기 전쟁'을 하는 상황에서, 정치권 인사들은 특권을 누렸다는 비판을 받는다. '김영란법 위반' 논란까지 나오고 있다. 시민들은 이날 '한국-칠레' 간 입장권 200장(현장판매분, 1인2표)을 사려고 경기시작 몇시간 전부터 매표소 앞에서 대기해야 했다. 요즘 국가대표 축구의 인기가 높아진 덕분이다. 현장판매분은 20분 만에 사라졌고, 공식적으론 4만760석이 모두 팔렸다고 한다. 결국 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5만원을 웃도는 암표도 난무했다.

그런데 몇몇 정치인들은 대한축구협회와 수원시 초청을 받아 무료로 경기를 관람하는 특혜를 누렸다. 대한축협은 친선경기 개최도시 몫으로 수원시에 초청석 이외에도 14석 규모의 스카이박스 1곳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정치인과 일부 고위 공무원들은 시민과 달리 편하게 입장해 고급 좌석에서 경기를 즐겼다. 수원시 공무원들은 당연히 초청석과 스카이박스의 경우 정치인과 공무원 몫이라고 생각했다. 스카이박스는 일반 시·도민에게 나눠주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수원시에선 "대한축구협회가 스카이박스를 판매용으로 계획하지 않아 특혜나 김영란법 위반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스카이박스를 정치인과 고위공무원이 차지해야 하는지 어이가 없다.

지방선거에서 뽑힌 선출직들이 취임한 지 겨우 두 달 보름을 지났다. 이들은 "내가 초심을 잃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후보 시절 '시·도민 심부름꾼' 역할을 약속했던 사실을 잊고, 특권의식에 젖은 행보를 하고 있는지 살펴야 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