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수산물이야기] 25.복어

 

 

복어는 아주 예부터 즐겨 먹었던 대중적인 물고기이다. 석기시대 유물에서 복어의 뼈가 발견되었고, 2000년 전 중국 문헌 산해경(山海經)에도 복어의 기록이 남아 있다. 얼마나 대중적이었는지 조선시대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규합총서(閨閤叢書) 등에 복어 요리법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으며, 조선후기에는 하돈탄(河豚歎)이라는 시를 지어 복어독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복어 이름의 유래는 위험을 느끼면 복어가 배를 부풀리는 습성이 있는데 복어의 복자가 배 복(腹)과 연관이 있어 복어라 했다. 복어의 다른 이름도 복어의 모양과 관련된다. 중국의 고서(古書)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배를 부풀린다고 하여, 기포어(氣泡魚), 폐어(肺漁)라 하고 공 모양이라고 구어(毬漁)라고도 했다.

복어의 종류는 다양하다. 세계적으로 100여종이 있으며 한국에는 약 38종이 있다. 분류적으로는 참복과, 가시복과, 개복치과, 거북복과, 쥐치과 등이 있는데 참복과가 종류가 가장 많다. 즐겨 먹는 식용 가능한 복어는 참복, 황복, 자주복, 검복, 까치복, 복섬, 밀복, 졸복 등이 있다.

복어가 가지고 있는 독,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은 풀어서 이야기하면 '4개의 이빨을 가진 독'으로 복어가 4개의 이빨을 가져서 붙여진 이름이다. 복어 독은 물에 녹지 않으며 조리 등 열을 가해도 없어지지 않는 신경독이다. 독이 사람 몸에 침투하면 중추신경에 작용해 30분 이내 마비되기 때문에 복어는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요리할 수 있다.

복어독은 주로 복어의 아가미, 간, 생식소, 위 혈액, 장 등에 분포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양식산 복어에는 이 복어독이 없다는 것이다. 복어가 독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외부환경 즉 먹이에서 섭취해 몸속에 축적되는 것이다. 홍조류에서 시작된 독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홍조류를 섭취하고 식물성 플랑크톤을 홍합 등 패류가 먹는다. 이 패류를 복어가 먹어서 몸속에 축척되는 것이다. 따라서 양식산은 독을 가지고 있지 않다.

복어는 독특한 맛도 좋지만 영양성분도 만점이다. 복어에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 등이 풍부하고 이노신산, 글리신, 아라닌, 타우린 같은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고혈압, 신경통에 유효하며 술을 마시고 나면 복어국의 뜨거운 국물로 몸속의 술독(毒)을 풀어주는 해독작용을 한다.

중국 시인 소동파는 황복의 맛을 '일사(一死)를 불응할 맛' 즉 '죽음과도 바꿀 맛'이라고 했다. 황복 매니아인 소동파는 봄이 되면 황복이 강을 거슬러 오기만 기다렸다고 한다.

다른 물고기와는 달리 독특한 맛과 모양으로 사랑받는 복어 중 황복(黃腹)은 강화도 서북쪽으로 임진강 하구에서 상류가 대표적인 산란지이다. 이곳은 황복이 많이 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요즈음 자원량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汽水) 지역의 오염, 제방의 건설, 모래 채취 등으로 인하여 생태계 파괴로 인하여 산란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황복의 어린 물고기까지 남획함으로써 자원이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에서는 1996년 보호어종으로 지정했고,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심각 위기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어족자원이 없는 복어는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하거나 양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선조들이 즐겨먹었던 대중적인 물고기 복어는 이제 멸종(滅種)위기종이다. 임진강, 한강 등의 하구인 기수지역과 민물의 산란지 보호, 불법 남획 근절이 복어 자원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다.

신정만 인천수산자원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