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부처 직원 파견 '팀 운영' … 컨트롤타워 없어
제각각 업무에 합동예방·대응 시너지효과 못내
▲ 도내 31개 시·군의 화학사고를 전담 운영하는 시흥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가 지휘체계가 달라 사고 발생 시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흥시 정왕동에 위치한 센터 건물 내부에 파견 기관의 이름이 붙어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화학사고 합동대응'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각 부처가 모인 '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가 창설한지 3년 넘도록 사실상 '각개전투'를 해오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일보 9월11일자 19면·12일자 1면>

합동방재센터에 상주한 5개 정부기관에 모두 지휘권이 주어지면서 일원화된 컨트롤타워 없이 부처 간 '이기주의'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2일 각 부처 등에 따르면 시흥시에 있는 시흥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는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소방청 등 5개 부처 직원들을 파견해 운영되고 있다.

센터 업무는 환경팀(환경부), 119화학구조팀(소방청), 산업안전팀(고용노동부), 가스안전팀(산업통상자원부), 지자체팀 등 화학 사업장 안전관리와 사고 합동 예방·대응 업무로 돼 있다.

세부 업무분장은 ▲환경팀 사고현장 수습조정 ▲119화학구조팀 화재진압 및 인명구조 ▲산업안전팀 사고원인조사 ▲가스안전팀 안전관리규정준수 여부 ▲지자체팀 인력 장비 지원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문제는 이들 부처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책임자가 없다는 점이다. 직원들은 각 소속기관의 지휘를 받으면서 사고현장에서 혼선을 빚고 있다.

일예로 119화학구조팀은 신속한 현장진입을 위해 환경팀으로부터 화학유해물질 분석, 농도 등의 정보를 얻어야한다. 하지만 각 부서마다 업무 우선순위가 다르다보니 이 같은 정보공유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흥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관계자는 "화학사고가 발생했을 때 모두 함께 출동해 재빠른 조치가 이뤄져야하지만 소속기관 고유 업무로 출동을 못하는 팀도 있다"며 "이런 문제와 함께 일상 업무를 놓고 다른 부서와 적잖은 갈등을 빚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지휘체계가 제각각이면서 합동대응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합동 대응 강화를 위한 실무운영위원회도 제대로 열리지 않고 있다. 방재센터 운영규칙에는 각 팀마다 주 1회 모여 업무회의를 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2014년 1월 창설 초기에 지켜지던 업무회의는 1년 전부터는 형식적인 수준에 기간도 뜰쭉날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골든타임 30분'을 지키기에는 부처마다 관할지역이 다르고 광범위한 점도 문제다. 시흥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가 담당하는 지역은 경기도뿐만 아니라 인천, 서울, 강원도까지다. 지난 4일 삼성전자 용인 기흥사업장 사고를 접한 시흥방재센터 직원들은 교통정체로 1시간을 훌쩍 넘겨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부처마다 근무시간이 다른 점도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119화학구조팀은 3교대 24시간 비상근무를 하는 반면 다른 부서는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에 맞춘 정상근무를 하고 있다.

시흥 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다른 관계자는 "각 팀장들이 소속기관 행사 등에 가느라 회의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는 열려도 형식적인 이야기만 하고 그친다"고 말했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센터장 신설 등 지휘체계를 일원화해야 하는 등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순 알권리 보장을 위한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 국장은 "2012년 불산 누출 이후 부랴부랴 센터를 만들었기에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며 "인력도 강화해야하지만 무엇보다 제대로 된 지휘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년 국회의원실(노동환경위) 관계자는 "컨트롤 타워가 없고 5개 부처 모두 지휘권을 갖고 있는 상황을 본다면 효율적인 운영이 어려워 보인다"며 "운영실태를 점검한 후 지휘체계 일원화 등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