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나는 반성한다. 최근 커피집 안에서 1회용 컵 사용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간편한 1회용 종이컵 사용을 내심 원했던 내 얄팍함을 반성한다. 콧구멍에 플라스틱 빨대가 끼어 그것을 뽑는 내내 피와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던 바다거북이 모습이 담긴 영상에 가슴 저릿했으면서도, 여전히 습관적으로 플라스틱 빨대를 뽑아 쓰는 행동을 포기하지 않는 내 이중성을 반성한다.

매년 800만t 이상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지고, 다시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 폐기물이 플라스틱 쓰레기 섬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일상의 편리함을 차마 떨쳐버리지 못했던 내 미련함을 반성한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유지·관리하는 게 다음 세대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할임을 알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늘 그래왔던 습관적인 생각을 바꾸고 행동으로 변화시키지 못했던 내 게으름을 반성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현재와 미래 삶을 힘들게 하는 수많은 문제가 실상은 옳지 못한 내 소비습관에서 기인했음을 인정하지 않았던 내 오만함을 반성한다.

환경 친화적인 실천에는 주저하면도 소비자는 상대적 약자라는 관념적인 생각에 갇혀 '약한 척', '피해자인 척' 하기만 했던 내 '헐리웃 액션' 소비행동을 반성한다. 마지막으로 환경파괴 주범은 언제나 다른 사람이고, 멀리 있다고 애써 모른 척 하며 판매자들이 외치는 고객중심·만족의 과잉보호 속에 숨어 친환경 세상 만들기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던 나를 반성한다. 어쩌면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환경파괴 원인제공자이며, 가해자라는 사실을 지금 이 순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친환경 소비생활에서 일종의 '구매 갭'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소비자들은 친환경 생활의 당위성이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제 친환경 생활에 대해 높아진 인식 수준만큼이 구체적인 소비활동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현실은 개선된 소비자들의 친환경 생활 인식이 개별적인 실천 활동으로 구체화되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즉, 친환경 소비생활에 대해 긍정적인 소비자 태도가 형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체적인 실천 활동이나 환경 친화적인 상품의 최종 구매로 연결되지 못하는 윤리적 구매 갭 현상을 보인다.

친환경 소비생활에 구매 갭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예를 들어 시장을 통해 제공되는 윤리적 제품의 수가 제한적이며, 제품관련 속성을 고려할 때 제품의 이용 가능성이 제한적일 수 있고, 환경 친화적 제품에 불신을 갖고 있으며, 관련 정보 부족이나 해당 윤리적 제품에 대한 제조업자의 마케팅 활동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지난 8월 말 인천시에 전국 여덟 번째로 '인천친환경생활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앞서 지적한 친환경 소비생활에 대한 일종의 구매 갭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 기능을 수행하게 되리라고 기대한다. 구체적으로 인천친환경생활지원센터는 친환경 소비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녹색제품 구매정보를 제공하고, 녹색소비교육을 통해 녹색제품 보급을 촉진하며, 소비자들이 더 쉽게 녹색소비·구매를 이해하고 일상생활에서 이를 실천하게 한다.

이뿐만 아니라 녹색소비 협력사업 추진을 위해 녹색소비실천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지역사회 내 경제주체의 유기적 협력 관계를 만들고, 관내 녹색소비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활동을 벌인다. 물론 지속가능한 소비를 실천에 옮기기 위한 첫 걸음이 이러한 센터나 조직의 출범으로만 이뤄지지는 않는다.
개별 소비자 소비습관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전 세계 환경문제 가운데 60%는 개인소비가 만들어낸다고 한다. 우리 모두 생활습관을 조금만 바꿔도 지금의 환경파괴를 30~40% 막아낼 수 있다고 예상한다. 친환경 소비생활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일치된 목표가 있음에도 달성이 여전히 요원하다면, 우리는 소비자로서 소비생활을 진지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내 소비가 저개발국가 아동들의 희생을 강요하거나 혹은 다음 세대 삶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지는 않은지, 환경인식과는 달리 늘 값싼 상품만을 찾아서 소비하는 행위에만 집중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경제주체로서 진정으로 보호를 받기 위해 소비자인 우리에게는 미래가 오늘을 통해 결정됨을 잊지 말고, 몸에 익은 습관들을 짚어보며,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는 자기반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