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호 언론인

 

2009년에서 2011년에 이르기까지 개인 블로그를 운영했다. 매일 A4용지 한 장 반가량의 잡문을 써댔다. 이미지 없이 활자로만 채운 블로그였다. 내용 또한 일방적 주장일 뿐이었다. 재미없고 이로움도 별로인지라 초기에는 한산했다.
시간이 약인지 일 년 지나자 찾는 이 많아지며 댓글도 늘었다. 어느 날에는 수만명이 방문해 '모두에게 한 마디'로 가름하기도 했다. 3년 만에 블로그에는 '파워블로거' 엠블럼이 붙었고, 이만 하면 됐다 싶어 얼마 뒤 블로그 문을 닫았다.

이후 2012년에 페이스북에 진출했다. 얼추 6년쯤 이 판에서 놀았다. 그 새 친구가 늘었고 올린 글도 적잖다. 초기에는 나름 성실하게 임했다. 하루 한두 꼭지 써 올렸다. 친구들 글도 되도록 짬 내 읽었다. '좋아요'에도 후한 편이었다. 아니다 싶어도 웬만하면 눌렀다. 다만 '좋아요'가 많은 글은 건너뛰었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였다.
최근 이리 보낸 세월을 종종 되돌아보곤 한다. 적잖은 시간 할애했고, 많은 글 올렸건만 뭔 짓인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먼 곳 선배와 오래 못 본 벗들과도 '연결'됐지만 헛헛했다. 사이버 공간에서 나눈 것들은 전혀 온기가 없는데다, 노트북 닫는 순간 휘발되기 때문 일거다.
그도 그렇지만, 나의 SNS 활동이 글로벌 공룡기업 돈벌이 수단이 되는 상황도 마뜩잖았다. 게다가 사이버공간의 돈 벌게 해주는 '일개미'들의 정보를 긁어모아 또 다른 돈벌이 삼는 행태도 불만스러웠다.
특히 페이스북은 실명기반 SNS인지라, 여럿의 소통공간이라기보다 사용자 개인 신상 게시판 구실도 톡톡히 해낸다.

이런저런 고민 중 최근 당했던 계정보호 조치는 페이스북을 떠날 결정적 계기가 됐다. 보호조치로 주인인 나는 내 계정에 접속할 수 없었지만, 다른 이들은 나의 프로필과 타임라인 등을 볼 수 있는 해괴한 상황이 혼란스러웠다. 이래저래 걱정과 불만 쌓여온 터, 차제에 문 닫기로 했다. 가상공간 왕따가 될지언정, 마음 편히 실재계 관계에 충실한 게 낫겠다 싶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