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호 논설위원


▶'통일한국'은 강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강도 국가'가 아니라, 신채호 선생이 얘기한 "진정한 아(我)를 찾고 인권과 환경, 인류의 평화를 추구하는" 강대국 말이다. "영토가 작은 나라가 어떻게 강대국 반열에 오를 수 있겠는가?" 하는 답답함이 없지 않다. 하지만 영토의 협소성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모으고, 한미동맹 등 외교적 수완과 경제·군사강국으로서 자주적 역량을 갖춘다면, 동북아 패권을 중국에게만 넘겨주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일본의 영광과 과욕은 '일본통일'로부터 시작됐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1590년 8월 오다와라 포위전에서 승리를 거둬 '전국 시대'를 종식하고 일본을 통일한다. 일본은 이 때부터 아시아의 강대국으로 등장했다. 과거 고려 때 1, 2차 여몽연합군(일본 큐슈), 박위의 대마도 정벌, 조선 때 1차 김사형, 2차 이종무의 대마도 정벌을 당하던 약소국 시절과 달랐다. 통일일본은 군사강국으로서 조선 정벌과 병합, 만주 점령과 중국 침략 등 주변국들을 침략했다. "구미열강으로부터 아시아를 사수한다"며 조선·중국인 1000만여명을 살해하기도 했다. 식민지를 약탈한 유럽 제국주의의 또 다른 형태였다.
▶강대국 독일도 통일에서 비롯된다. 독일은 중세 이래 신성 로마제국(800년 또는 962년~1806년)이라는 이름 아래 서유럽에서 가장 큰 영토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통일된 국가를 형성하지 못했다. 1356년 카를 4세에 의해 공포된 '금인칙서'가 황제를 투표로 선출하고, 선제후들에게 영지를 독립국가처럼 다스릴 수 있도록 특권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은 독일의 통일운동을 방해했다. 하나 프로이센과 프랑스의 전쟁은 프랑스 패배로 막을 내리며, 1871년 프로이센 왕 빌헬름 1세는 독일황제로 추대돼 통일을 완성했다. '통일독일'은 오스트리아-이탈리아와 3국동맹을 맺어 3국협상(영국, 프랑스, 러시아) 체제에 대항하며 힘을 키웠다.
▶통일한국은 이처럼 강대국으로 될 수 있을까? 국제 정치는 '전쟁-평화'의 무한반복이다.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한다. 그런데 통일한국은 경제·군사강국으로서 한미동맹의 실용적 이점을 살려야 한다. 그러면서 자유와 인권, 환경 등 인류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데도 기여해야 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