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주간

 

소통(疏通):막히지 않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 협력(協力):힘을 합해 서로 도움. 사전적 풀이다. '소통과 협력'에 정성을 기울이며 힘을 쏟으면 만사형통(萬事亨通)한다는 얘기일 터이다. 삶이 다 그런 양상을 띤다면 행복은 강물처럼 흐르겠다. 하나 우리가 사는 여기에선 대개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함께 힘을 모아 막힘 없이 잘 풀어나가면 좋으련만, 현실은 되레 각박하고 그악스럽기만 하다. 우리는 여러 갈등과 시기(猜忌), 반목과 싸움을 일으키며 지낸다. 사납고 모진 살이에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인 듯싶다.

이렇게 세상사가 소용돌이를 치는 가운데 최근 발표된 조사 결과가 유독 눈길을 끈다. 국내 주요 기업이 꼽은 인재의 첫째 덕목이 5년 전에는 '도전정신'이었지만, 올해는 '소통과 협력'으로 바뀌었다는 내용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지향하는 인재상을 분석한 결과다. '소통과 협력'을 꼽은 기업이 63개사로 가장 많았고, 전문성(56개사), 원칙과 신뢰(49개사), 도전정신(48개사), 주인의식(44개사), 창의성(43개사), 열정(33개사), 글로벌역량(31개사), 실행력(22개사)이 뒤를 이었다. 5년 전 조사에서 '소통과 협력'은 7위였으나 올해는 1위로 떠올랐다. 5년 전 1위였던 '도전정신'은 올해 4위로 밀려났다.
무슨 까닭일까. 직원은 상사를 '꼰대'로 인식하고, 상사는 직원을 자기만 챙기는 '요즘 애들'로 치부하는 경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 내 소통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최근 기업들이 직원을 채용하거나 키워나가는 데 소통과 협력을 주요 역량으로 내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니 느닷없이 꼰대라니. 꼰대는 본디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였다. 요즘엔 구태의연한 사고 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직장 상사 등을 이르는 말로 의미가 변형된 속어다. 자기 경험을 일반화해 남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는 일을 속된 말로 '꼰대질'이라고 부른다. 오죽하면 여북하겠는가. 그러잖아도 젊은이들이 삶을 버텨내기 어려운 판에, 꼰대질은 보기 딱하다. 오늘날 우리가 겪는 '예측불가능하고 불안한 세상'은 누가 만들었나. 그 탓을 할 이들이 수두룩하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부터는 '젊은 꼰대'도 회자된다. 상당수 젊은이가 기성세대처럼 권위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음을 비꼬는 말이다. 아예 '2030 직장문화 트렌드'여서, 인터넷에 '꼰대 자가진단법'이 유행할 정도라고 한다. 자가진단 내용을 떠올리면, "아~"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한 번 보자. -"젊었을 땐 사서도 고생한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후배가 불평하면 "그래도 옛날에 비해 나아"라고 한다. 대화할 때 "네 말도 맞아, 그런데~"라는 식이다. 후배에게 조언한 뒤 스스로 '좋은 선배'라고 생각한다. 나이를 묻고, 어리다고 하면 쉽게 반말한다. 후배의 야근은 당연하게 여긴다. 후배가 성과를 거둬도 단점만 찾는다. 나보다 늦게 출근하는 후배가 눈에 거슬린다. 내가 한때 잘 나갔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나보다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해당하는 항목이 둘 이상만 돼도 꼰대조짐을 나타낸다고 한다. '꼰대 방지 5계명'도 있다. 첫째,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둘째, 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셋째,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넷째, 말하지 말고 듣고, 답하지 말고 물어라. 다섯째, 존경은 권리가 아니라 성취다.

어느 취업잡지에서 '꼰대'에 대해 조사한 결과도 흥미롭다. 직장인 947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14.1%는 '자신을 꼰대로 여긴 적이 있다', 51.7%는 '자신이 사내에서 꼰대로 여겨졌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53.2%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그 노력으로는 '상대방 이야기를 경청하려 애를 쓴다'(25.0%) '반말 등 권위적으로 보이는 언행을 삼간다'(20.3%) '섣부른 충고·지적을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9.0%) '필요하고 도움을 줄 실무 위주 조언만 한다'(9.09%) 등을 꼽았다.

결국 꼰대로 불리지 않기 위한 길이 멀고도 험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부터라도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자 노력하면, 그만큼 '꼰대 소리'는 듣지 않으리라. 훌륭한 어른이나 직장 상사로 기억되기 위함은 결코 아니다. 그저 꼰대라는 말이 듣기 싫어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