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마을 대변신 50점 탄생
관광 밀물 유명세 오래 못가
개발-보존 다툼에 훼손 방치
쇠락의 길서 다시 뭉쳐 복원
관광객 회복세·벤치마킹도
중순쯤 자축·격려 마을축제
▲ '행궁동 벽화골목 복원 프로젝트'일환으로 9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한 건물 외벽에 콜롬비아 출신 벽화작가 호르헤 이달고(Jorge Hidalgo)의 '창조신화'를 국내·외 작가들이 그리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개발 규제로 인한 갈등에 처참히 훼손됐던 수원시의 유명 '벽화마을'이 주민 등으로 구성된 공동체의 힘으로 재탄생하고 있어 주목된다.

9일 수원 지역 비영리 전시공간 '대안공간 눈'에 따르면 팔달구 행궁동 일대에서 최근 작가와 주민 등이 벽화를 그리는 작업으로 분주하다.

지난 5월 대안공간 눈이 낸 '2018 행궁동 벽화골목 복원 프로젝트' 공모에 국내·외 작가 6명이 참여해 7월까지 행궁동 주민과 한 팀으로 수십 점 벽화를 그렸다.

재능기부 형태로, 자원봉사자들도 도움을 줬다.

지난달부터는 콜롬비아 출신 인디오 작가인 호르헤 이달고(Jorge Hidalgo)와 국내 작가들이 '창조신화'를 주제로 창작능력을 뽐내고 있다.

3층 높이 건물 외벽에 통으로 그림을 그리는 대형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벽화를 둘러싸고 한바탕 '전쟁'을 치렀던 2년여 전까지 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행궁동 벽화는 앞서 2010년 대안공간 눈이 기획한 '이웃과 공감하는 예술 프로젝트, 행궁동 사람들'을 시작으로 탄생했다.

주민과 작가가 뭉친 공동체로 낙후된 마을을 예술로 살리는 게 목표였다.

2015년까지 이어진 다양한 프로젝트에 무려 500여명의 주민과 작가 등이 참여했고, 작품성이 높은 대상을 기준으로 50여점 벽화가 완성됐다.

벽화마을은 곧 입소문을 타 전국 곳곳 관광객들이 찾는 수원의 관광명소로 유명해졌다.

2011년 지자체의 개입 없이 일궈낸 변화사례로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마을에 감돌던 좋은 분위기가 오래 가지는 못했다.

2016년 들어 수익을 노린 개발업체가 행궁동에 유입됐고, 수원시는 보존 명목 하에 일부 면적을 '문화시설'로 지정할 계획을 세웠다.

가뜩이나 긴 세월 개발에서 소외된 마을에 이중규제가 생긴다는 소문이 나자 일부 주민들이 크게 반발했고, 순식간에 벽화로 미운털이 박혔다.

결국 화난 주민들은 벽화에 붉은색 페인트를 뿌리기에 이른다.

당시 훼손된 벽화 15점 가운데는 희소성 등으로 가치를 높게 평가받은 작품도 있었다.

브라질 작가 故 라켈 셈브리(Raquel Lessa Shembri)가 그린 '금보여인숙 물고기', '처음아침 길' 등이 대표적이다.

다행히 시가 주택 4채를 매입하는 등의 과정으로 갈등은 날이 갈수록 잠잠해졌다.

그러나 훼손 작품은 그대로 방치돼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런 상황 속에 희망의 싹이 텄다.

마을이 과거처럼 쇠락의 길을 걷자 주민들 사이에서 벽화에 대한 그리움이 생겼고, 작가들과 함께 다시 손잡고 마을을 살리는 움직임으로 번졌다.

재차 뭉친 주민-작가 공동체는 페인트 위에 아예 새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닌,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을 써왔다.

공동체의 아픈 시절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다.

벽화마을 복원율은 현재 100%에 가깝다.

이처럼 두 번의 기적을 써낸 행궁동 벽화마을의 사례는 전국으로 전파되면서 관광객 수가 예년처럼 돌아오는 성과를 거뒀다.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한다.

주민과 작가들은 3층 건물 벽화가 완성되는 이달 중순쯤 마을에 오순도순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안녕을 기원하는 자그마한 축제를 갖기로 했다.

이윤숙 대안공간 눈 대표는 "소통과 화합으로 벽화마을이 복원되자 우선 주민들이 활기가 생겼다며 만족하고, 서로 도와주려고 한다"며 "예술을 접목한 도시재생으로 주민이 행복하게 사는 행궁동 마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