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여버린 '군 공항 이전 사업'…침묵하는 국방부

 

소음피해로 촉발돼 국가 최대 이슈로 부상한 '군공항'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주민들의 고통이 이어지는데도 관계당국의 대책은 '실종'돼있다. 

최후의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전 사업' 가능성은 바늘구멍처럼 좁아지고 있는데다 오히려 지역 간 다툼을 빚는 부작용도 나와 관계당국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6일 국방부에 따르면 수원·광주·대구 3개 지자체는 2014년 각각 '군공항 이전 건의서'를 국방부에 제출한 뒤로 '적정' 판정을 받으면서 시행이 확정됐다. 최근까지 대구를 제외한 수원·광주는 사업이 제자리에 멈췄다. 

국방부는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를 통해 지자체 사업에 점수를 매기고 시행 여부를 결정지었다. 이 3곳에 군공항 이전이 필요하다고 평가된 이유는 도심 속 군공항으로 인한 주민피해가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민 기대에 맞춰 추진 중인 곳은 대구밖에 없다. 수원은 지자체 협의 등 관건에서 사업의 바짓가랑이만 붙들고 있고, 광주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막막한 형편이다. 많은 지역 주민들이 허탈감에 빠져 있다. 

그럼에도 현재 군공항 관련부처이자 이전 사업의 주체인 국방부의 입장은 '주민 피해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겠다'는 것과 거리가 있다. 

국방부 측은 근본적 해결책을 묻는 서면질의에서 "군공항은 국토전반에 걸친 균형적 전력배치의 개념에 의해 건설됐고 영공방위 임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군공항 이전 사업은 소음 등을 해소하고자 제정된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방부에서 추진하고, 공군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 사업이 해결을 위한 방안이고, 국방부와 군이 사업에 노력하고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그동안 국방부의 행보를 보면 이와 거리감이 있는데다, 이전 사업이 꼬이고 꼬여버렸다는 점이다. 

수원·광주 군공항 이전 과정에서 전반적인 추진에서 국방부는 한걸음 물러난 모습이었다. 실제 수원의 경우 지난해 화성 화옹지구가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된 이후 국방부 차원에서 주민설명회 등 공식 설명자리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군공항 이전 절차는 어떤지, 주민피해는 어떤 방식으로 예방하는지, 지원은 무엇이 있는지, 주민 의견을 어떻게 제안하는지 등 정보를 주민들이 듣고 판단해야 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셈이다. 

수원시나 찬성 쪽 화성 주민들이 홍보에 나섰지만, 화성시와 반대 주민들의 눈에는 당연히 곱게 비춰지지 않으면서 갈등으로만 번졌다. 답답함을 견디지 못한 찬성 주민들이 정확한 정보를 알리겠다며 국방부 공식입장을 받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광주도 비슷한 상황으로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정부주도 하에 추진하는 방식으로 특별법을 개정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지자체가 지자체를 설득하는 기존 방식이 현실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국방부는 사업의 공정성을 잃었다는 비난도 받았다. 2016년 수원시는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군공항 이전을 계획했음에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국방부의 반복된 입장 속에 1년 넘게 다음 절차로 진입 못했다. 

반면 이 시기 대구 군공항 이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주문을 받자마자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국방부, 환경부, 행정자치부 등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움직일 정도였다.

수원·광주의 사업 단계에서는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설 권한이 없다. 그렇다고 국방부가 주도하는 단계도 아닌, 한마디로 어정쩡한 위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작은 오해조차도 해소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수원과 화성, 지역주민들이 군공항 이전 사업이 '국가사업이다', '수원사업이다'를 놓고 아직까지 논쟁을 벌이는 것이 하나의 예다. 국방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면 최소한 불필요한 갈등은 해소될 것이라는 게 지자체나 주민들의 중론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특별법에 따라 이전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수원 군공항의 경우 관련 지자체, 지역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있으며 올바른 정보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군공항 문제에서 필요한 부분으로 '정부의 지혜'를 꼽는다. 전형준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는 "정부가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수원은 긍정, 화성은 부정인 측면만 강조하는 상황만 반복되고 결국 '시민 집단지성'이 차단된다"며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갖고 정보제공의 역할을 하면 오해들을 해소할 수 있다. 더불어 수원·화성의 공동의 노력도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고 제언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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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주민 "지역발전"vs "피해 전가" 찬반 갈려 

수원시는 10여 년 전부터 군공항 이전 사업을 국방부에 건의했고, 국방부는 지난해 초 화성시 화옹지구를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했다. 양쪽 지역주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고, 군 작전에도 영향이 없는 곳이라는 게 선정의 핵심사유다. 

사업 절차는 수원시가 신 군공항을 건설해 국방부에 기부하고, 국방부는 기존 군 공항 부지를 수원시에 양여한다. 건설비용은 민간사업 방식으로부터 나오는 개발이익금으로 충당한다. 현재 굴지의 건설업체와 금융권, 부동산 개발회사 등이 사업에 관심을 드러내는 중이다. 전체 사업비는 6조9997억원으로 예상된다. 

수원시가 지난해 말 서울시립대학교(소음진동연구실)가 만든 '소음예측지도'를 바탕으로 화옹지구에 빗대 분석한 결과,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매향리·궁평항 등 일원)이 소음영향권(75웨클 이상)에 해당하지 않았다. 

피해예방책도 있다. 신 군공항은 기존 군공항보다 약 2.7배 크게 설계되는데, 국제공인 축구장 면적(7140㎡) 400개 이상을 합한 '소음완충지(287만6000㎡)'가 소음을 예방한다. 소음이 80~90웨클 지역 내 주택 등은 매입된다. 학교들은 소음에서 안전한 장소로 이전된다. 

전투기의 비행경로는 육지→바다 방향으로 예상된다고 국방부가 밝힌 바 있다. 기존 군공항은 수원과 화성 도심 위로 전투기가 떠오른다. 

이전지역에는 5111억원 이상의 지원이 예정됐다. 수원시는 지역에 주거·의료·교육 기능이 있는 신도시를 비롯해 산업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추가적인 개발호재의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실제 수원시는 '지역상생발전방안'을 구상하면서 철도, 고속도로, 민간공항 유치·건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가차원의 지원만 따르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민항 통합 건설의 경우 다른 군공항 이전 지자체인 광주·대구가 택한 방식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화성시 주민들은 '피해에서 벗어나고, 지역발전도 꾀할 수 있다'는 찬성과 '피해를 전가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반대 측으로 갈라서 대립 중이다.

추진 여부는 특별법상 주민들이 직접 결정하기에 한쪽 주장으로만 사업이 추진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추진 과정에서도 주민과 협의가 필수로 전제된다. 군공항 이전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도 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