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진 정경부기자

 

'아이들은 자기 먹을 것을 가지고 태어난다'라는 말이 있다. 일단 낳으면 다들 알아서 잘 큰다고 생각한 '옛날' 어르신들은 다섯이고, 여섯이고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서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도 이런 현상은 통용될까. 공감을 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무책임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요즘 최우선 국정과제는 일자리라고 하지만, 사실 더욱 중요한 일은 어떻게 하면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느냐다. 정치인들의 공약이라고 특별하게 강조하지 않더라도, 또 여야 가리지 않아도, 저출산 문제는 우리에게 닥친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인천만 해도 그 상황은 심각하다.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인천 출산율은 1.007명으로 전국에서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인천에서 태어난 아기는 2만명을 간신히 넘겼다. 특히 부평과 계양구, 강화군에선 역대 처음으로 1명선이 무너진 것으로 조사됐다. 출산율 1명 미만은 가임기 15~49세 여성보다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 먹을 것을 갖고 태어난다는 옛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인천도 일찌감치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2011년부터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출산율을 높이는 데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2016년을 제외한 지난 6년 동안 출산장려금과 출산축하금으로 총 866억원을 투입했지만, 결과적으로 출산율 감소를 막지는 못했다. 평범한 사람이 결혼을 하고 출산하는 일을 독려하기 위한 지원책에도 별 효과가 없었다는 말이다.

출산율 하락을 막기 위해 인천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인천은 당장 '다자녀' 정의를 변경할 방침이다. 기존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구에서 2명 이상으로 바꿔 다자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또 저출산 문제를 좀더 다각적으로 해결하려고 인구영향평가제도도 올해 도입한다. 정부에선 내년 저출산 관련 예산으로만 사상 첫 30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한두 가지 대책으론 출산율을 높일 수 없다. 출산율이 1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아이를 낳기 어려운 환경 탓이라는 얘기다. 이는 곧 좋은 직장, 주거 문제, 노후 등과 모두 연관돼 있다. 이 모두를 다각적으로 해결하지 않고서는 아주 힘들다.

전문가들은 일회성 지원책이 아닌, 삶의 질 문제로 접근할 때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런 맥락에서 스웨덴의 경제학자인 군나 미르달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부딪치는 어려움을 완화하고 해결하는 방식으로 풀어가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