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히 100년은 넘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상수리나무 군락지가 처참하게 훼손된 현장에선 아직도 증거인멸을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화성시 남양읍 활초리 야산에 찾아보기 드문 상수리나무군락지가 있다. 이중 일부가 공장부지로 허가됐다. 허가에는 조건이 붙었다. 사업지 남측 경계선 아래 군락을 이룬 직경 50센티미터 이상 거목들은 현장 보존키로 하고, 직경 15센티미터 이상의 나무(우량수종)는 옮겨 심는다는 조건을 달아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사업주는 이 조건에 해당하는 나무 144그루를 이주시키겠다는 내용의 이행계획서를 시에 제출했다. 다행히 50센티미터 이상의 나무군락지는 보존됐다. 그러나, 해당 사업장부지에서 살아남은 나무는 한 그루도 없었다. 옮겨 심겠다는 144그루를 포함해 무려 5000 그루의 나무가 모두 잘려나갔다. 이 현장에서 제기되는 불편한 진실은 뭔가. 여러 의혹들이 마치 양파껍질처럼 까도 까도 끝이 없다. 당초 옮겨 심겠다던 직경 15센티미터의 나무가 144그루라는 사실부터 거짓이었다. 해당 공무원들도 알고 있었다. 1000그루가 넘었다는 게 공무원들이 하는 말이다. 상수리나무 군락지가 훼손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는 지난달 14일 사업주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무슨 뱃장인가. 공사중지명령에도 불구하고 사업장에서는 나무뿌리를 제거하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한다.

이 과정에서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시 관계자들의 태도다. 공사중지명령 이후 2주간의 시간이 흘렀지만 시는 여전히 불법으로 베어낸 나무가 얼마나 되는지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엄연한 직무유기다. 그럼에도 아직 옮겨진 나무가 없기 때문에 불법이 발견되면 고발조치나 벌금부과 등 행정조치를 시행하겠다는 답변이 고작이란다. 고발조치가 먼저 필요한 사람은 관계 공무원이 아닌가 싶다. 공무원들은 사업주가 제시한 15센티미터 이상의 나무 144그루를 훨씬 넘는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이를 묵인한 의혹이 제기된다. 15센티미터 이상은 모두 옮겨 심으라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 관계공무원의 말이다. 도시계획심의위원회 결정을 이렇듯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할 요량이라면 이런 절차는 과연 왜 필요한가. 차제에 재량행위의 범위도 정확하게 가려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