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춘 인천시장이 '높은 자들의 모임'인 인화회(仁和會)를 탈퇴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무엇보다 잘한 일로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인화회가 어떤 곳인가. 군부독재의 서슬이 시퍼랬던 1966년 중앙정보부(국가정보원 전신) 주도로 조직한 기관·단체장 모임 아니던가. 인화회는 무려 5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사모임'으로, 그간 존폐여부를 놓고 안팎의 여론이 시끄러웠다. 민주사회가 구현되는 마당에 구시대적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의 발로인 탓이었다. 인화회는 당연직 회장인 인천시장을 비롯해 부시장·군수·구청장, 공공기관장, 병원장, 기업인, 지역 언론사 대표 등 220여 명을 회원으로 둔 단체다. 그런 만큼 인화회에는 부여된 '권위'가 없으면 참석할 수 없다. 인천에선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고 여겨질 정도의 권위적 모임이었다. 박 시장이 이런 '고위층 사모임'을 탈퇴하겠다고 했으니, 향후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인천시는 그제 박 시장 명의로 인화회 회원들에게 발송한 서한을 공개했다. 박 시장은 탈퇴 배경을 설명했다.

"인화회는 그동안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화회 안팎으로 많은 상황 변화가 있었다. 인화회도 민간 주도의 튼튼한 조직으로 발전해야 한다. 인화회가 시민의 자리에서, 시민을 대변하는 모임으로 되길 희망하는 마음에서 회장직 사퇴와 탈회를 결정했다." 그는 "인화회 모임에는 함께하지 않지만 여러분 목소리를 듣고 뜻을 받들겠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의 인화회 탈퇴는 낮은 자세로 임하려는 큰 걸음이다. 민선 7기를 맞아 '탈권위'에 시동을 건 셈이다. 더 넓은 폭으로 시민사회와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의 인화회 탈퇴를 놓고 공직사회에선 '환영' 일색이다. 그동안 공무원들은 법적 근거 없이 인화회 사무국 업무를 맡고 있는 점에 불만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모임의 권위가 약해져 없어질까봐 걱정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기우(杞憂)일 뿐이다. 모든 자리의 권위는 전폭적인 시민들의 성원에서 비롯되는 까닭이다. 인천상공회의소가 인화회 사무국을 맡고, '순수 기업인·경제인 친목 모임'으로 전환하기로 했으니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