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호 언론인

 

태풍은 북서태평양에서 일어나는 강한 열대성 저기압이라 일컫는다. 과학적 정의답게 밋밋할 뿐 실체를 떠올리긴 어렵다. 그러니 쉽게 풀면 강한 바람과 장대비의 조합 정도 되겠다. 한반도에는 해마다 늦여름이나 초가을 들이닥치는데, 대체 왜 그런지 따진들 별 의미 없다. 다만 궁금한 건 태풍의 경로와 기세다. 달려드는 태풍이 어느 방향으로 휘는지, 바람은 얼마나 세고, 비는 또 얼마나 퍼부을지, 저마다 한 움큼 정보와 경험에 잇대 촉각을 곤두세운다. 며칠 전 한반도에 잠시 들른 '솔릭(SOULIK)'이라는 태풍도 그랬다. 북태평양에서 몸을 일으킨 솔릭은 매우 강한 태풍일 거라는 관측과 달리 제주와 호남 일부지역에서 위세를 떤 뒤 순해져 한반도를 떠났다. 하나, 당초 솔릭이 몸집을 키우며 한반도로 달려올 때 상황은 긴박했다. 방송은 실시간 기상특보에 들어갔고, 사람들은 숨죽이고 특보에 귀 기울였다. 미크로네시아 연방의 '전설 속의 족장'을 일컫는다는 태풍 솔릭과의 한 판 대결을 앞두고 긴장감이 돌았다. 다행히도 하루 동안의 소란으로 그쳤지만. 솔릭이 한반도를 행해 서서히 다가오던 날, 오래도록 TV를 지켜봤다. 압도적 크기와 세기로 다가오는 솔릭은 거대 생명체와 흡사해 보였다. 북태평양에서 생성돼 성장하고 마침내 소멸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그랬다. 지구의 자전과 해수면의 수증기, 대기 온도와 기압, 태양의 열에너지 등이 상호작용해 몸집을 부풀리고, 부푼 몸집은 더 큰 세력을 끌어들이며 내달리는 양상이 영락없는 거대 생명체를 떠올리게 한다. 거대한 태풍의 이처럼 변화무쌍한 위용과 힘 앞에 사람들은 전전긍긍, 심 봉사 관상 보듯 경로를 예측하고 세기를 가늠하며 속도를 점친다. 하지만 사람들의 과학과 기술로 거대한 자연의 도발을 자로 재듯 예측한다는 건 무모해 보인다. 인간이 저지른 생태계 교란 역시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기상청의 솔릭 행보 오보(誤報) 역시 마찬가지다. 늘 있는 일이긴 하다만, 오보인들 어떤가 싶다. 기상청의 예보에 따라 학교는 쉬고, 바닷사람들은 배를 끌어 올렸잖은가. 게다가 우리 모두 예보가 오보이길 바랐으니 그만하면 됐다 싶다.

/송경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