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공항 피해 해법은 없나] 2 수원·화성 주민 피해 '눈덩이'
[군공항 피해 해법은 없나] 2 수원·화성 주민 피해 '눈덩이'
  • 김현우
  • 승인 2018.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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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겁내요"… 전투기 굉음 분통

 

 

▲ 지난 20일 오후 화성 병점초등학교 옥상으로 전투기가 지나가고 있다. 이날 학교 측은 쉴 새 없는 전투기 소음으로 학생 수업에 차질을 빚었다고 밝혔다.

 

지역 학교 수십곳 수업 차질
직장서 통화·업무 방해받아

7세 아이 놀라 수저 떨어뜨려
'고도제한 재산피해'도 막대
관련 제도無 소송이 대응책

"쉬이익 … 쿠우웅!" 지난 20일 오후 화성시 병점초등학교. 수업이 한창인 학교에 난데없는 굉음이 덮쳤다. 굉음과 동시에 반마다 교사와 학생 30여명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교실 천장과 닫힌 창문을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사진·영상(QR코드)

수업을 방해한 굉음의 정체는 '전투기'였다. 수원 군공항에서 뜬 전투기가 하늘을 선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강력한 엔진출력 소리가 교실 안까지 전해진 것이다. 이 학교는 전투기가 훈련하는 권역 안에 있다.

2대 이상의 전투기 편대는 학교 건물 옥상 위를 엄청난 속도로 지나가고, 또다시 지나가기를 반복했다. 원모양으로 주변을 비행하는 전투기도 있었다. 불과 2시간 남짓, 학교 운동장에서 육안으로 확인된 전투기만 10여대.

병점초 한 교사는 "전투기가 수시로 날아다녀서 소음으로 인한 수업 지장은 물론 아이들이 겁을 먹기도 해 학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피해가 있어도 나랏일이라는데 도리가 없지 않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 시끄러워 죽겠다" 인근 병점 시내로 나아가자 주민들 입에서 불만 섞인 말이 쏟아지고 있었다. 주민 중 상당수는 고통스러운 표정이었다. 귀를 막고 제자리에서 전투기가 지나가길 기다리거나, 대피하듯 건물 내부로 몸을 피하는 일부 주민도 보였다.

편의점 점주는 "건물 안 사람이 피부로 느낄 정도의 소음인데, 밖에 있는 사람들은 오죽하겠느냐"며 "전투기 참 유난이네"라고 혀를 찼다.

비슷한 시각. 수원시 일대도 사정은 같았다. 전투기가 굉음을 내며 하늘에 나타나자 탑동초·서호초 등 많은 학교가 수업에 차질을 빚었고, 바깥은 물론 집안에 있는 주민들까지 소음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날 수원과 화성 일대에서 80~90웨클(WECPNL·항공기 소음 단위) 수준의 소음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음측정기로 최대 90dB(데시벨)까지 측정됐다. 전투기 소음 값은 비행경로, 높낮이 등에 따라 달라져 순식간에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했다.

수원·화성 지역은 이처럼 전투기 소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생활소음 규제기준치(65dB)를 훌쩍 넘기는 굉음이 가정집부터 직장, 학교, 유치원, 편의시설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들쑤신다. 심각한 피해는 어른과 아이를 가리지 않는, 모든 주민 일상에 침투한 지 오래다.

28일 군 당국에 따르면 수도권 기지인 수원 군공항에서 하루에 수십차례 전투기가 이·착륙한다. 수원·화성 주민들에게 전투기는 '일상을 파괴하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전투기가 뜨면 하던 일상을 멈추는 것이 몸에 뱄다.

전투기 소음을 경험한 당사자들이 군 당국과 지자체에 제기했던 민원내용만 봐도 "아이가 겁낸다", "대화를 못한다", "편히 쉴 수 없다", "일에 지장을 받는다" 등 하소연이 다양하다.
수원 세류동에 사는 김모(54·여)씨는 "집에서 업무를 하는 편인데 전투기 때문에 집중이 안 되고, 직장과의 전화통화에도 늘 방해 받는다"며 "국가가 사람 보금자리를 이 모양으로 만들어놓은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화성 동탄신도시 주민 서모(40)씨는 "최근 함께 밥을 먹던 7살 된 딸이 '천둥소리'가 난다며 놀라 수저를 떨어뜨렸다"며 "병점에서 동탄신도시로 이사 오면 소음이 줄어들지 않을까했는데 오산이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전투기 비행은 훈련 상황에 따라 불규칙적이고, 기밀을 이유로 사전에 공지되지도 않아 대처가 불가능한 현실이다. 관련 제도도 전무해 '소송'으로 싸워야하는 게 주민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응책이다.

#군공항에 따른 피해 막대
일제강점기 들어선 수원 군공항에 따른 수원시와 화성시의 피해는 막대하다. 수원 약 58㎢ 화성 40㎢에 달하는 면적이 각각 '고도제한'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수원 57만여명, 화성 20만여 주민이 '건물물높이제한' 등 재산적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


이·착륙 전투기 소음피해도 크다. 수원 평동·서둔동·구운동·탑동·세류동 등 약 26㎢, 화성 병점동·진안동·화산동 등 8㎢ 지역이 직·간접적으로 소음 영향을 받는다. 2009년 서울대학교 환경소음진동연구센터 연구자료를 보면 수원 평동 지역은 90~95웨클, 일부는 100웨클까지 측정됐다. 서둔동·탑동·구운동은 80~95웨클로 나타났다. 화성 병점동·진안동 지역도 75웨클부터 많게 90웨클 이상의 소음이 오간다. 주택이 밀집한 신도시,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 초·중·고등학교도 피해에서 예외가 아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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