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굿모닝인천 편집장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 이 '가을편지' 제목의 가요는 편지를 '쓰겠다'는 것이 아니라 '하겠다'고 노래한다. 그동안 무수히 썼던 것을 이번 가을에는 어떻게든 부치겠으니 꼭 받아 달라고 애원한다. 이제 골목의 낡은 대문에 달린 편지함에는 편지가 없다. 동네 피자집과 치킨집 전단지, 그리고 세금 고지서만 가득하다. 편지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비어 있을 뿐이다. 여전히 대문에는 각양각색의 함이 걸려 있다. 우편함은 집주인 개성이 듬뿍 담긴 '주택의 얼굴'이었다. 빨강, 파랑, 노랑, 알록달록…. 가장 예쁜 우편함은 편지를 반 쯤 물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만국우편연합 회원국이다. 1900년 1월 1일 국호 '대한국(大韓國)'으로 정식 가입이 승인되었다. 북한도 회원국이다. 가입된 국가들끼리는 우편물 왕래가 자유롭다. 분단 70년. 남북의 우편함은 서로 닫힌 지 오래되었다.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 역 귀퉁이에는 '북녘하늘 우체통'이 쓸쓸히 서 있다. 북에 두고 와 생사를 알 수 없는 가족에게 보낸 편지들이 모인다. '수취인불명(受取人不名明)'인 이 편지들은 북한에 배달되지는 않는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편지와 우체통이다. 지난 며칠간 남북 이산가족이 만났다. 어쩌면 그들은 생전에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사람 상봉은 힘들지라도 편지 상봉은 계속되어야 한다. 가을 어느 날 편지 한통이 도착한다. "당신이 안녕하시다면 저도 안녕합니다." 낯익은 필체로 쓴 편지 한 통이 분단선을 넘어 우리집 대문의 낡은 우편함에 꽂혀 있기를 상상해 본다.

/전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