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장


광역버스 파업의 대 반전

#인천 광역버스 업체들이 운행 중단을 들고 나올 무렵 여름휴가를 갔다. 명분은 주52시간 근무제 등이었지만 준공영제 요구였다. 운수사업의 생명줄인 노선면허 반납까지 걸었으니 초강수다. 시민들이 서울 갈 일이 있을 때는 요긴한 광역버스다. 휴가 중이었지만 그래서 내내 결말이 궁금했다.

벼랑 끝 전술에 기댄 업계는 시한까지 정해 인천시가 답을 내놓으라고 했다. 하루 전까지 '접점 못 찾아', '진퇴양난', '운행 중단 현실로?' 등의 기사들이 떴다. 업계는 당장의 인건비 23억원 지원까지 요구했다. 늘 그래왔듯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타협안이 나오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결과는 생각지도 못한 반전(反轉)이었다. 인천시가 "그래, 노선을 반납 받겠다"고 나선 것이다. 완전공영제로 인천교통공사가 운행토록 하겠다고 했다. 기세 등등하던 업계가 스스로 노선 폐지를 거둬들였다. 혼비백산한 모습이 눈에 선했다.

물론 완전한 해결은 아닐 것이다. 언제 다시 불거질 수도 있다. 그러나 박남춘 인천 시정부는 확고하고도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시민세금에만 기대는 준공영제 도입같은 것은 절대 없다." 시민들뿐 아니라 시 직원들에게까지도 얼렁뚱땅은 없다고 한 것이다.

여세를 몰아 인천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점검에도 나섰다. 올해 시내버스 세금 지원이 1100억원대에 이르렀다. 시민세금 무서운 줄 모르는 직업관료들은 흔히 '좋은 게 좋은'식으로 대응한다. 세금 지원은 수렁과 같다. 준공영제가 달콤한 줄 알았으니 나중엔 택시·대리업계까지 나설지도 모른다. 아무튼 첫 풍랑을 모양새 있게 타고 넘은 셈이다.

명찰패용, 주권자에 대한 예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 직원 명찰 패용' 지시로 임기를 시작했다. '점심시간 준수'도 있었다. 공무원들은 반발했다. 여당의 대선 경선을 흔들었던 사람이 '뭘 그런 것까지'하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선거에 이긴 정치인 인터뷰는 읽을 게 별로 없다. 그러나 이 지사 인터뷰(인천일보 7월 16일자)는 꽤 긴 분량임에도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사소한 문제같지만 본질적 문제다." "우리 내부 문제라면 융통성 있게 갈 수도 있다." 요는 공무원들이 갑의 자세, 지배자의 자세, 시혜자의 자세를 버려야 한다는 거였다. 공무원에게는 주권자인 도민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 들어보자. "명찰이 작은 문제일 수도 있지만 주권자인 민원인 입장에서는 자기가 월급주고 일 시키는 사람이 누군지를 모른다. 잘할 때 칭찬하고 못할 때 책임을 묻거나 할 수 없다." "민간기업 직원들은 당당히 이름 석자를 달고서 일한다."

점심시간에 대해서도 말한다. "11시 30분에 온 민원인들이 허탕치고 돌아가는 것에 비하면 그들이 얻는 이익은 크지 않다. " 본래 1시간인 점심시간을 30분 당겨 1시간 30분으로 쓰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곧 이어 공공건설공사의 표준시장단가 적용, 원가 공개 카드도 꺼냈다. 반대하는 업계 주장이 맞다면 앞으로 경기도 입찰장이 텅 비겠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누이좋고 매부좋고'면 시민만 봉

인천과 경기도, 모두 시민이 주권자임을 천명하는 출발을 한 셈이다. 박경리 선생의 '토지'에 김서방이라는 충직한 마름이 나온다. 그는 머슴들과 작인들을 잘 다독거려 해마다 풍년 농사를 일궈낸다. 인천시장과 경기지사는 말하자면 큰 마름이다. 김서방은 최참판댁을 받들었지만 시민이 뽑은 큰 마름은 시민을 받들어 복무해야 한다. '누이좋고 매부좋고'식이면 시민들만 봉이 된다. 공무원들에게 시민세금 무서운 줄 알게 하고 시민 위에 군림하지 않도록 단도리하는 일은 마름 직무의 첫 걸음이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