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바퀴'는 싫다, 난 '두 바퀴'로 간다
▲ 27살 자전거 여행가 김효임씨의 도전은 계속된다. 두 바퀴로 갈 수 없는 곳은 없다. 그래서 가고 싶은 곳이 무궁무진하다. 사진은 유럽과 호주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는 모습.

 

 

▲ 김효임씨는 인천 미추홀구 인문학도서관 '길위의 꿈'에서 자전거 여행 간담회를 가졌다.


입시 감옥 학창시절 지나 대입 후에도 계속된 갈증
알바로 자전거 사 첫투어… 제주서 삶의 의욕 찾아

3개월 유럽 11개국 돌고 4732㎞ 호주 … 일본·인도
왜 하필 자전거냐고요? 답 찾으러 또 페달 밟아보죠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입 속 흥얼거림은 세태를 꼬집는다. 자전거와 자동차의 바퀴 특징을 빗댔다. 자동차가 '기능'을 앞세운다면, 자전거 두 바퀴에는 '삶'이 담겨 있다. 패달을 밟을 때마다 나와 자전거는 하나가 된다.

어릴적 누구나 있는 자전거를 배웠던 기억, 그리고 막연히 자전거에 몸을 싣고 떠나고 싶다는 동경. 김효임씨의 자전거 여행은 진행 중이다. 3면이 막힌 한반도를 넘어 일본과 호주, 유럽을 횡단하며 김효임씨가 훔쳤을 뜨거운 눈물 속의 열정을 들어봤다.

"왜 자전거였을까요. 아직 막연한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한 만큼 더 패달을 밟겠습니다."

올해 27살, 도전하기 딱 좋은 나이다. 도전에 나이라는 한계는 무색하지만, 자전거 두 바퀴로 세상을 달려보겠다는 야심이 담긴 도전은 쉽게 샘 솟지 않는다. '틀에 박힌 자신이 싫어 틀을 깨뜨렸다'는 김효임씨. 왜 자전거를 탈까.

▲자전거, 폐달을 밟다

김효임씨 또한 자전거와 첫 만남은 여느 사람과 같다. 어릴적 자란 서구 어느 골목길에서 동네 친구들이 타던 자전거를 호기심 깃든 눈으로 봤고, 어렵사리 자전거를 배우며 동네를 돌았다. 걷는 속도로 봤던 세상과 자전거 위에 펼쳐진 공간은 공기부터 달랐다. 그렇게 김효임씨와 자전거는 친구가 됐다.

시간이 흘렀다. 김효임씨 역시 어릴적 자전거에 대한 동경은 공교육의 틀에서 싹을 틔우지 못했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입시에 갇힌 자신에 답답했지만, "그래 대학은 가자"라며 또래 친구들과 같은 선택을 했다. 대학에서 체육교육을 배웠지만 어딘지 모를 목마름에 허덕이는 자신이 속상했다. 그 물음을 찾고자 학교를 쉬었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시간은 째깍째깍 흘러만 갔다. 아무 것도 찾지 못한채 그냥 일만 하는 자신이 속상했다. 그래서 택한 게 자전거, "탈 것에 관심이 컸다면 오토바이를 택하지 그랬습니까"라는 질문에 "글쎄요. 왜 자전거 일까요. 그동안 아무도 묻지 않았고, 나조차도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왜 자전거인지 답을 찾으러 다시 떠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아르바이트로 산 자전거는 30만원 대. 이 자전거로는 멀리 떠날 수 없지만 자전거 안장 위에 앉는 순간 김효임씨는 막연한 '무엇'에 이끌렸다. 2011년, 배를 타고 제주도를 찾았다. 인천을 넘어 인천서 서울을 오가는 여러 자전거 길을 둘러봤지만 더 멀리 떠나고 싶은 자신을 주체하지 못해 제주도를 택했다.

제주도 자전거 투어는 그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자전거에 타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의욕'이 생긴 것이다. 우선 우리나라 남해안의 동쪽과 서쪽 끝을 갔다. 2012년 인천서 부산, 2013년 인천서 해남까지.

김효임씨는 "산이 참 많죠. 그만큼 자전거 여행을 위한 체력과 자신감을 심어주기 충분한 게 우리나라 자전거 여행입니다. 이 열정을 품고 떠났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아래로 남동생 둘이 있습니다. 제가 맏이죠. 부모님에게나 동생들에게 자전거 여행을 하는 내 자신에 미안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믿음이 다시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라며 덧붙였다.

▲세상에 외치다 "이제는 한반도를 넘어보자"

김효임씨는 자전거를 끌고 바다를 건넜다. 그가 자전거 위에 앉은 곳은 터키다. 유럽의 동쪽 끝과 동양의 서쪽 시작을 나타내는 분기점, 김효임의 세상을 향한 자전거 도전 출발점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래서 터키부터 유럽의 서쪽 끝인 스페인 횡단을 결심했다. 2014년, 지구 반지름과 비슷한 6094㎞의 자전거 도전을 시작했다.

"유럽은 자전거 여행을 위한 기본적인 시설이 잘 된 곳입니다. 자전거 여행의 어려움보다는 자전거로 도전하겠다는 열정이 도전의 시작입니다."

자전거 유럽 횡단은 많은 것을 얻게 했다. 길 위에서 자전거 여행자를 만날 때는 길동무 이상의 동질감에 힘을 얻었고, 낯설고 우연한 곳에서 들려오는 한국어는 반가웠다.

"유럽 자전거 여행에서 성별과 연령에 구애 받지 않고 도전하는 여러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들도 하는데 20대 열정이 못할 게 뭐가 있습니까." 그의 이런 의욕은 세 달이 넘는 기간 유럽 횡단에 자양분이 됐다. 자전거 여행에 지쳐 잠시 흐트러진 마음, 약해진 자신에게 이들의 모습은 더욱 힘주어 페달을 밟게 해줬다.

11개국 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하지만 끝난 게 아니었다. 그는 다시 떠나고 싶어서 돌아왔다. 김효임씨는 억척같이 돈을 모았다. 장거리 자전거 여행에 필요한 재원과 새롭게 발이 되어줄 자전거를 사기 위해서다. 안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닥치는대로 일을 찾았다.

대학 친구들의 "부럽다. 나도 하고 싶다"는 물음에 "난 너희들이 더 부럽다"고 답했다. '난 왜 그들과 같은 길을 걷지 않고 자전거로 세상을 돌겠다는 막연함을 쫓고 있는지'. 이런 생각들이 자리잡아 다짐을 조금씩 흐트리기 전, 또다시 자전거에 몸을 실었다.

이제는 호주다. 2017년, 유럽 횡단 후 시간이 상당히 흐렀지만 그만큼 자전거 여행의 내공이 더 쌓였다. 4732㎞의 호주 자전거 여행은 유럽 횡단보다 갑절은 버거웠다. 유럽 횡단 때는 낯선이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었지만, 호주 여행은 나 밖에는 믿을 수 없다. 끝도 없는 사막길은 하루종일 폐달을 밟아도 똑같다.

"하루에 십 수리터의 물을 자전거에 싣고 갔습니다. 며칠 씻지 못하는 것은 참을 수 있습니다. 정말 나 혼자라는 것이 힘들죠."

호주 자전거 여행의 최대 적은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야생 동물, 힘겨운 고비도 수 차례 겪었다. 호주 자전거 여행 후 몸과 마음을 추스를 겸 일본 시코쿠 자전거 여행을 갔다 왔고, 최근에는 인도로 한달간 배낭 여행을 떠났다.

/이주영·이아진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길 위에서 발견한 '나' 세상의 모든 이들과 공유하고파"

김효임은 자신을 자전거 여행자로 소개한다. 미래의 모습은 불명확하지만, 자전거로 세상을 훑겠다는 도전 정신은 투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 있게 '자전거 여행자'로 소개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이달 초 김효임씨가 강렬한 자전거 여행길을 알렸다. 인천 미추홀구 인문학도서관에서 '길 위에서 발견한 나'를 주제로 한 자전거 보고회는 약 90분간 이어졌다.

김씨는 "제주도를 시작으로 국내여행과 유럽 11개국 6000㎞ 횡단, 호주 4700㎞ 횡단, 일본 시코루 등의 자전거 여행을 알리는 자리였다"며 "지난 여정들에서 얻은 경험과 정보를 사람들과 공유하며 나 자신도 자전거 여행을 정리하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만난 무수한 길과 그 길 위의 사람, 느낀 감정들을 발표하고 나처럼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렸다"고 소개했다.

김효임씨는 이 자리를 바탕으로 자전거 여행 책을 준비하고 있다. 책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잇는 자전거 여행을 알리기 위해서다. 더 크게는 언제, 어디로 떠날지 모를 자전거 여행을 위한 도약의 기회로 책 출간을 진행한다.

김효임씨는 대한민국 '환원'이란 마음가짐으로 한반도 곳곳자전거 여행에 나선다. 단순히 여행에 그치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만난 사람과 대안학교 등을 찾아 자전거 여행을 소개하고, 젊음의 자신감을 심어주겠다는 알찬 꿈도 꾸고 있다.

김효임씨는 "이번 환원은 인천서 강원도 동해까지 횡단 후 한반도를 종단하려고 준비 중"이라며 "자전거를 통해 그간 만났던 소중한 인연을 홀로 기억 속에 담아내기 보다는 세상의 모든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