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호 언론인

 

'소셜테이너((socialtainer)'라는 낯선 낱말이 흔히 떠돈 건 2011년 즈음. 그 해는 전 세계적으로 유난히 시위가 많았다. 시위로 시작해 시위로 끝났다 할 정도여서 타임지는 '올해의 인물'로 '시위자(protester)'를 꼽았다. 아랍권 민주화 열풍과 그리스의 부도, 일본의 사상 최악의 지진, 유럽의 유로존 위기 등에 미국까지 디폴트 위기에 몰렸던지라 시위 이슈 또한 두루 널렸다.

한국도 사정은 비슷했다. 최악의 건설경기에 뱅크런(Bank run)까지 겹쳐 잘 나가던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고공농성과 수차례에 걸친 '희망버스' 원정시위가 선보인 것도 그 해 일이다. 반값등록금 이슈가 정점에 이른 것도 이즈음. 대학생들의 시위는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졌다.
사회적 이슈가 쏟아지면서 시위 현장 모습도 진화(進化)했다. 무대 위 소셜테이너가 광장으로 진출한 것도 이즈음. 그들의 진출은 그 자체로 이슈인지라 광장의 소리는 더 멀리 번졌다. 사이버 광장 역시 소셜테이너의 강력한 무기. 그들이 온라인에 내거는 메시지는 한층 증폭돼 이슈를 확대, 재생산했다. 당시 알려진 소셜테이너는 김제동과 김여진, 권해요 등. 이후에도 소셜테이너는 꾸준히 늘어 방송인 김미화, 가수 박혜경 등 대상과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덩달아 소셜테이너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높아진다. 많은 이들이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방송과 무대에서 퇴출됐다. MBC는 아예 '소셜테이너 출연금지법'을 만들었다. 보수언론 역시 불편한 심기를 종종 드러낸다. 연예인들의 사회적 이슈 개입은 이상한 일 아니라면서도 "아슬아슬하다"거나 "성급하다"는 등 트집을 잡는다.

최근 김제동이 시사 토크쇼 진행자로 나서자 보수언론들이 훈계를 늘어놓았다. 핵심은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인물은 배제돼야 한다는 것. 이런 논리라면 아무도 토크쇼를 맡을 수 없다. 정치적 입장은 누구나 있고, 중립은 극히 드물기 때문. 사회문제 개입을 들어 편향적일 거란 예단 또한 무리다. 광장과 방송국 스튜디오를 구분 못하는 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소셜테이너를 향한 불편한 눈길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영토는 넓어지고 있다. 김제동과 마찬가지로 더 많은 소셜테이너들이 더 넓게 나아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