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천, 4대강 후속사업 공사 작년 마무리
수질개선 없이 폭만 넓혀 '죽은 하천' 신세
▲ 19일 오후 인천 계양구 용종동 아파트단지 주변 계산천. 지난 2010년부터 '고향의 강' 사업이 벌어졌던 계산천은 수질·수량 문제로 하천 구실도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4대강 살리기' 후속으로 '고향의 강' 사업이 진행된 인천 계산천이 공사를 마무리한 지 1년이 가까워지도록 '죽은 하천'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질 개선이나 사업 취지에 대한 고려 없이 120억원짜리 토목공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오후 2시쯤 계양구 용종동 계산천 주변. 서부간선수로와의 경계 지점에서 굴포천을 향해 흐르는 계산천은 물이 마른 채 수풀로 가득했다. 아파트 단지와 계양경기장에 인접한 상류는 수심이 30㎝ 정도지만 녹조 현상으로 물속이 보이지 않았다. 잔디가 심어진 제방들로 정비 사업이 벌어졌음을 짐작했다.

주민 이모씨는 "매일 아침 제방도로에서 산책을 하는데 하천 오염도가 너무 심하고 쓰레기도 눈에 많이 띈다"고 했다.

계산천은 2010년 2월 이명박 정부가 지방하천 살리기 차원에서 추진한 전국의 '고향의 강' 선도 사업지 15곳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지역별 대표 하천을 선정해 생태하천으로 옛 모습을 되찾고, 문화·역사를 고려한 친수 공간을 조성한다는 취지였다. 2011년 설계에 착수할 때까지만 해도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와 연계해 지역 명물 하천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고향의 강'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정권이 바뀌면서 사업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졌고, 2013년 말 끝날 예정이던 하천 정비는 5년 늦어져 지난해 11월에야 마무리됐다. 국비(60%)와 시비(40%)를 합쳐 153억원으로 잡혔던 사업비는 123억원으로 줄었다.

사업 내용은 1.32㎞ 구간의 폭을 25m에서 45m로 넓히는 제방공사와 교량·악취제거시설 설치 등으로 채워졌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은 "하천 정비와 치수는 필요하지만 수질 개선에 대한 고민 없이 토목사업으로 끝나고 말았다"며 "문화와 생태를 접목한다는 취지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계산천으로 흘러드는 물도 없어서 하천 기능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4대강처럼 일직선으로 폭만 넓히면서 생태적 접근은 소홀히 한 셈이다. 시 관계자는 "굴포천 유지용수 사업 일환으로 계산천에도 하수 처리수를 재이용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며 "내년 3월 공사가 끝나면 하루 1만5000t의 물이 계산천에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