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원시동에서 충남 홍성 구간을 연결하는 서해복선전철 공사가 한창이다. 이중 화성을 지나는 구간에서 결국 말썽이 나고 말았다. 화성시 팔탄면 노하리. 500년을 이어온 지연부락이다. 계획대로라면 서해복선전철 노선은 이 마을을 딱 반으로 가른다.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꾸려 조직적인 반대운동에 돌입했다.

민주당 지역위원회도 '전면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주민들이 철도공단 이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과정 등에서 이미 몇 차례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민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마을이 두 동강 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부락을 이전해 주거나 노선을 변경해 달라는 것이다. 2015년 첫 삽을 뜬 이후 현재 약 40%의 공정률을 보이고 상황에서 뒤늦게 문제가 불거진 것은 한 차례의 노선변경 때문이다. 주민들은 당초 군포로 가려던 노선이 경제적 효과가 떨어지는 현 노선으로 변경된 경위에 대해서도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철도공단은 '지하화를 제외하고는 주민편의를 위한 모든 요구를 들어 주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누구 말이 진실인지, 또 지금까지 진행된 갈등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노선을 변경하면 해결된다. 팔탄면 노하리를 우리는 자칫 시골의 작은 마을쯤으로 여기기 쉽다.

경제적 가치를 따지자면 별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전근대적 사고가 아직도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판단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과연 단순한 자연부락인가. 500년을 이어온 삶과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마을이다. 온 세계가 지금 다시 이 작은 마을들로 눈을 돌린다. 이런 경향은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몇 년을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마을 살리자는 경향은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는 아주 오래된 일이면서 동시에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 왔다. 마을, 문화, 풍습, 공동체의 전통과 역사에 단순한 경제적 의미를 넘어서는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 아니겠는가. '지하화만큼은 곤란하다'는 주장은 결국 경제적 효율성을 따져 나온 결론이겠다. 그렇다면 차라리 조금 돌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