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사회부장


이렇게 뜨거울 수 있을까.
올 여름은 밤낮 가릴 새 없이 유난히도 힘들었다. 더워도 이렇게 더운 여름은 처음이었다.
낮 기온과 밤 기온은 연일 기록을 경신했다.
더위는 한풀 꺾일 줄 모르고 매일매일 계속됐다. "해방이후 이렇게 더운 날은 처음이야"라던 한 어르신의 말이 이해가 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폭염은 무려 111년만이란다. 최고 기온을 갈아치운 데다 폭염 최장 기록도 새로 썼다.
인천·경기를 비롯해 전국에서 더위에 목숨을 잃는 사람들까지 나왔다. 전국의 온열질환 사망자 수는 지난 15일 까지 48명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치다.

여름철 집계수치의 대부분이 최고치를 찍었다. 올 여름은 기온만 오른 것은 아니다. 불쾌지수 상승은 물론 가정 내 전기 사용량도 쭉 오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살아남으려 켤 수밖에 없었던 에어컨은 전기세 폭탄 주범이 돼 가게 부담을 또다시 올렸다.
인천 맘 카페들에는 전기세를 걱정하는 주부들의 목소리가 많다. '전기료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요' '에어컨을 하루 몇시간 돌렸는데, 얼마가 나올까요' '정부 할인율은 어떻게 되나요' 등등 다양하다. 전기요금 청구서를 받아들기까지 조마조마한 마음들뿐이다.

그러다가 혈압이 한번 더 오르게 된다. 가정용에만 적용되는 누진제 때문이다.
산업·상업 용 전기 중 유일하게 가정용에만 누진제가 적용된다. 국내 전기 사용량 중 산업용 56%, 상업용 26%인 반면 가정용은 13% 수준인데도 말이다.

정부가 재난 운운하며 누진제 한시적 완화에 나섰지만 실제 체감은 힘들다. 구간별 확대를 통해 전기세 할인 방침을 내놨지만 유례없는 폭염에 쓴 에어컨 사용량을 감안할 때,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정용 누진제 폐지를 요구하는 내용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해마다 폭염이 계속될 경우 누진제 한시적 완화는 해결책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지만 누진제 폐지를 주장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높다.
옛 말에, 여름이 더우면 겨울 추위가 매섭다고 했다. 올 겨울 어떤 에너지 재난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는가. 폭염은 전기세만 올린 것이 아니다. 옆에 있던 물가도 덩달아 같이 올려놨다. 폭염에 따른 작황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8월17일 기준으로 발표한 도매가격에 따르면 시금치 가격은 4kg기준 9만6144원으로 평년대비 207.1% 오른 가격이다. 7월 중순에는 2만2310원이었다.
양배추 한 포기는 6888원으로 평년 대비 180.2% , 파프리카도 5kg 기준 4만8395원으로 평년 대비 155.7% 각각 올랐다. 가계 부담이 수직상승 중이다. 마트에 들어가 수박 한덩어리 집어들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한 달 정도 남은 추석 물가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냉면은 그야말로 야속한 음식이 됐다. 냉면 값이 올해 가장 많이 올랐다고 한다. 서울 기준 냉면값은 전년대비 무려 10% 상승이란다.
폭염과 상관없이 유가 상승이 계속되고 있고, 장바구니 물가마저 오르고 있는 마당에 냉면의 배신은 야속하기만 하다.

그러나 올 여름은 기온, 전기세, 물가 상승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벌써부터 국민연금 보험료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더위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리기도 전에, 국민연금 고갈이 또 한번 짜증 지수를 치고 올라가게 만든다.
2057년 국민연금이 고갈 될 수 있다며 정부가 2개 안을 내놨다지만 보험료가 오르는 건 마찬가지다. 폭염 끝자락에 걸려 있지만 오르는 것 투성이다.
몸도 마음도 지칠 수밖에 없는 2018년 여름을 견뎌낸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또 열심히 살다 보면 시원한 '한방'도 있기 마련이라고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