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실장

 

지난 주 인천일보 정치면에 눈길을 끄는 제목이 떴다. '국민 낚시'. 국회 수뇌부들이 특활비 폐지를 놓고 벌이는 꼼수와 작태에 대한 촌철살인이었다. 도대체 국민들을 어떻게 보길래 낚시질인가. 우리는 감히 국민을 상대로 '간을 보는' 교활한 선량들을 우리 스스로 뽑아놓은 셈이다.
▶국회 특활비의 존폐를 놓고 벌이는 촌극이 폭염 속에 점입가경이다. 처음엔 영수증을 다는 조건으로 국회 특활비를 그냥 쓰겠다고 버텼다. 이른바 '특활비 양성화' 낚시였다. 당장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안되겠다 싶던지 어느 날 오전 거대 양당의 대표가 카메라 앞에 섰다. "국회 특활비를 완전히 없애기로 합의했습니다." 당일 오후 다른 이의 입으로 다른 소리가 흘러나왔다. 사실은 교섭단체 대표 몫의 특활비만 없앤다는 것이다. 역시 '꼼꼼수'라는 비판에 부닥쳤다.
▶다시 다른 미끼를 달아 낚시질에 나섰다. "그러면 업무추진비라도 늘려야겠다"는 것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는 "국회의장께서 어떻게 할지 지켜보겠다"고 했단다. 역할 분담 작업까지 마친 모양이다. 안그래도 더워 죽겠는데 국민들은 끊임없이 미끼를 바꿔 다는 낚시질에 쓰러질 판이다.
▶정부 예산지침상 특활비는 '정보나 사건 수사, 그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쓰이는 경비'다. 국회의원들이 왜 이런 돈이 필요한가. 예산심의를 하면서 영수증도 필요없는 특활비가 꽤나 부러웠나 보다. 이번 파동에서 흘러나온 변명도 한가롭다. "해외동포들에 대한 금일봉 등 꼭 필요한 돈은 써야 한다." 국민들 눈높이에 맞는 얘긴가. 최근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이 오찬 간담회를 갑자기 취소했단다. "특활비 폐지로 밥값이 없어서"란다. 대다수 국민들은 제 주머니 돈으로 오찬 간담회를 한다.
▶'웃물 아랫물'처럼 국회의 이런 행태는 곧 바로 지방의회로 전염된다. 경북의 어느 시의원들은 30만원 짜리 의원 배지를 제작했다. 국회의원(3만원)을 10배나 추월한 것이다. 갓 개원한 인천시의회는 시의원 1인당 학교환경개선 사업비 1억원씩, 모두 37억원을 따로 배정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돈은 시의원들이 지역구에서 임의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시의원이 예산을 지원할 학교와 구체적인 지원금을 결정해 교육청에 통보하면 그대로 집행된다고 한다. 이러다가는 인천시 예산이 아예 시의원들에게 1/n씩 나눠 배정될지도 모르겠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아무 특권도 없이 자전거를 타고서도 의정활동만 잘 한다고 한다. 이 정도까지 바랄 수는 없고 국민 낚시질이나 말았으면 좋겠다. 이런 국회를 두고 선진국 운운은 언감생심이다. 결국은 우리 국민들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