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음색 아래, 별을 닮은 눈동자들이 반짝였다
▲ 피아니스트 조재혁. /사진제공=인천문화예술회관

공연 '낭만주의:쇼팽'이라는 부제로
아이들에게 연주·해석 함께 선보여
어렵고 지루할 수 있는 공연에 생기





조재혁은 친숙하다. 피아노 앞에 앉은 조재혁은 여느 예술가처럼 악기와만 호흡하지 않는다. 조재혁의 손끝에서 튕겨진 건반을 타고 생기를 찾은 음들은 청중들을 압도하기 보다는 객석을 감싼다.

부드러운 외모에서 풍기는 반가운 얼굴, 조재혁이 인천을 찾았다. 여름방학을 맞아 486석을 가득 채운 인천의 꽃망울들에게 조재혁은 쇼팽이라는 자양분을 줬다. 이 꽃망울이 곧 세상의 희망이자, 모든 가치라며.

15일 오후 5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는 2018 썸머 페스티벌의 두 번째 행사로 피아니스트 조재혁의 리사이틀이 열렸다. 부제는 '낭만주의:쇼팽'이다.

조재혁은 마술가 이은결과 장르를 뛰어넘는 호흡을 펼치고 있다.

'조재혁 X 이은결 조우(遭遇)' 공연은 화제가 됐고 지난 7년간 KBS 클래식 '장일범의 가정음악'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음악을 설명해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아직도 조재혁이 이 코너에서 선보인 '꾀꼬리' 해석은 온라인 상에서 회자가 되고 있다.

세상은 피아니스트 조재혁을 '감성과 지성을 겸비하고 흠 잡을 데 없는 테크닉과 구성력, 뛰어난 통찰력과 과장 없는 섬세함으로 완성도의 극치를 추가하는 매력적인 연주자'로 소개한다.

이날 조재혁은 공연 내내 얼굴 가득 함박 웃음을 지으며 마치 자신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듯 따뜻하고 포근한 눈빛으로 곡 설명과 감성의 연주를 펼쳤다.

조재혁이 선보인 곡은 총 5곡, 쇼팽 발라드 1번부터 4번까지와 피아노 소나타 3번이다. 무대에 오른 조재혁은 예정에 없는 모짜르트 피아노 소나타 16번 C장조 K.545로 "반갑습니다. 즐거운 음악시간입니다"라며 문을 열었다.

이어진 쇼팽 발라드 1번 g단조, Op.23은 쇼팽이 작곡가 슈만을 찾아 자랑했고, 그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변형된 소나타 형식으로 다른 발라드보다 서사적인 구조이지만 쇼팽 특유의 자유로운 전개가 일품이다.

쇼팽 발라드 2번 F장조, Op.38은 쇼팽이 폴란드 시인 미츠키에비치의 '윌리스의 호수'라는 시에서 영감을 받았다. 러시아의 압제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폴란드 젊은이의 염원이 담긴 곡이다. 광복을 맞은 이날에 딱 어울리는 곡이다.

이어진 발라드 3번 Ab장조, Op.47은 화려하고 우아함이 깃들어 있고, 발라드 4번 f단조, Op.52는 쇼팽의 마지막 발라드 작품이자 쇼팽이라는 천재성이 녹아있는 곡이다.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 3번 b단조, Op.58은 연인의 집에서 작곡된 곡답게 화려하지만 사랑의 밀어를 듣는듯 하다.

조재혁은 마지막까지 관객을 피아노 선율에 흠뻑 젖게 했다. 그가 선택한 커튼콜은 쇼팽의 즉흥환상곡(Fantaisie-Impromptu OP.66)이다.

다정다감하고 친절하게 쇼팽을 설명한 조재혁은 곡마다 해설을 더해주며 자칫 어렵고 지루할 공연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청소년들 역시 조재혁의 곡 해석과 피아노 소리에 푹 빠져들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