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기 인천시 산림자원팀장

 

 

올 여름은 유난히 덥다. 이런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자태를 뽐내는 나무가 있다. 바로 무궁화다.
요즘 아침 출근길이면 무궁화 꽃과 매일 인사를 나눈다. 직업이 나무와 연관된 일을 해선지 이런 더위 속에서도 곱게 피어 있는 무궁화가 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궁화는 여름을 좋아해서 여름 내내 매일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실제로 무궁화는 6월 하순부터 10월 중순까지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100일 이상 끊임없이 꽃을 피우는 강한 생명력을 지녔다. 그래서 아름다운 '태양의 꽃'으로 불린다.

나뭇잎마저도 늘어지는 더위지만 무궁화는 최악의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더 없이 싱그럽고 아름답게 피어난다. 이런 모습을 보니 마치 어려울 때 더욱 빛을 발하는 우리 민족의 의지를 눈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무궁화의 꽃말은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숱한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극복해온 우리 민족의 끈끈하고 질긴 민족성을 잘 나타낸다. 특히 일제강점기에는 일제 압박 속에서도 겨레의 얼로, 민족정신을 상징하는 꽃으로서 뚜렷이 부각돼 고통 속 우리 민족에게 꿈과 희망을 줬다.
무궁화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가슴에 상징처럼 자리를 잡은 나라꽃이다. 세계 나라마다 자국(自國)을 상징하는 꽃들이 있다. 법으로 지정하기도 하고, 명문화한 법과 무관하게 한 나라의 상징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무궁화는 아직 후자(後者)에 있으며, 어떤 경우든 그 민족의 특징과 역사를 잘 드러내는 꽃이 국화(國花)로 선택된다.

이제 무궁화 꽃이 제일 많이 피는 8월이다. 형형색색의 무궁화 꽃이 전국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8월 광복절 즈음에 나라꽃을 알리기 위해 전국 곳곳에서 무궁화 축제가 열린다.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수원·홍천과 여러 지역 수목원 등지에서 열린다.

인천에서도 광복절을 기념해 인천문화예술회관 광장에서 무궁화를 만나 볼 수 있다. 무더위 속이지만 한 번쯤 찾아가 나라꽃 무궁화를 보면 어떨까. 이 참에 인천도 단순한 무궁화동산이 아닌 백년대계(百年大計) 역사에 길이 남을 명품공원으로 '무궁화 정원'을 그려보면 어떨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