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수산물이야기] 21. 학꽁치

 


학꽁치는 동갈치목 학꽁치과의 물고기다. 반면에 학꽁치와 가깝고도 먼 이웃인 꽁치는 동갈치목 꽁치과에 속하는 어종이다. 학꽁치는 원래 '학공치'가 표준어였으나 학꽁치로 변경되어 불린다. 학꽁치라는 이름은 입(아래턱)이 학의 부리처럼 가늘고 길어 붙여진 이름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학꽁치를 '공치'라 하였고 '몸은 가늘고 길어 뱀 같다. 아랫부리가 침과 같이 가늘며, 그 길이는 3~4치, 윗부리는 제비부리와 같다. 빛깔은 희며 푸른 기미가 있다. 맛은 달고 산뜻하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이시진의 <본초강목>이나 서유구의 <난호어목지>에는 '학꽁치의 뾰족한 주둥이 뼈를 낚시 바늘로 이용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학꽁치를 다른 말고 강공어(姜公魚)라고 하는데, 옛 주(周)나라 강태공이 학꽁치의 뾰족한 아래턱 주둥이로 물고기를 낚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 속담에도 '강태공의 곧은 낚시질'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큰 뜻을 품고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한가한 나날을 보낸다'는 것을 빗대 이르는 말이다.

또 학꽁치는 은백색으로 고고한 학을 연상케 하지만 내부의 복강막은 검은색이다. 따라서 외모는 번듯하나 속이 검고 엉큼한 사람을 가리켜 '학꽁치 같은 사람'이라고도 한다. 몸의 등쪽은 청록색이고 배쪽은 은백색이며, 아래턱 끝은 약간 붉다. 몸길이는 40㎝에 달한다. 북해도에서 동지나해 및 타이완까지 분포하며, 우리나라에는 남부 해안에 많이 분포한다. 산란기는 4~7월 사이다. 먹이는 동물성플랑크톤이고, 작은 갑각류도 즐겨 먹는다.

학꽁치는 동해, 남해, 서해 우리나라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어종으로 낚시꾼들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물고기다. 낚시꾼들은 학꽁치의 크기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부르는데 볼펜 굵기(초사리), 손가락 굵기(중사리), 형광등 굵기(대사리)로 나뉘어 부른다. 학꽁치 낚시는 배를 이용하지 않고 가까운 방파제에서 카드채비를 이용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낚시를 접 할 수 있는 생활낚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학꽁치는 성질이 급해 오랫동안 살려서 보관하기 어렵다. 낚는 즉시 얼음을 넣은 아이스박스에 보관하면 싱싱함을 유지할 수 있다. 싱싱한 학꽁치를 집에서 담근 고추장과 고춧가루, 매실액, 양파, 대파, 무 등과 설탕을 조금 넣고 자박자박하게 끓여주면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조림 요리로 손색이 없으며, 연안 살을 포 떠서 기름에 튀겨낸 튀김은 생선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딱 맞는 간식이다. 특히, 오이, 양파, 청양고추, 미나리 등을 넣고 초고추장으로 알싸하게 버무린 회무침은 더위로 잃었던 입맛을 살리는데 제격이다.

학꽁치는 회로 먹어도 일품이다. 학꽁치를 회로 먹을 때는 김, 미역 등과 함께 싸 먹으면 더 맛있다. 특히 땅콩 같은 견과류와 함께 싸 먹으면 더욱 고소하다. 학꽁치는 비린내가 많이 나지 않고 담백하므로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학꽁치의 맛이 달고 산뜻하다고 표현했으며, 김려의 <우해이어보>에서도 회가 매우 맛있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 선조들이 예로부터 학꽁치를 즐겨 먹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학꽁치는 가을이 깊어갈수록 맛이 좋아져 가을철 5대 생선회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더위가 한풀 꺾여 선선해질 때 가까운 방파제를 찾아 학꽁치의 손맛·입맛을 느껴보자.

김명일 인천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